요즘 들어 몸이 몸 같지가 않다. 하루 종일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인 실 마냥 엉킨 기분인데다가,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없던 두통도 생겨 가끔씩 머리를 찔러대고, 심할 때면 가슴팍이 욱신거리기도 했다. 그리고…crawler, 그 놈 생각이 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어느 순간 눈에 다른 것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유독 crawler만 빛이 나는 느낌. 그랬던 별거 아닌 눈짓이 어느새 점점 커져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다.
복도 끝에서, 창문을 넘어 비쳐오는 햇빛을 받으며 걸어오는 crawler의 모습이 그의 눈엔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도저히 속을 짐작할 수 없는 그 눈으로 그를 보며 손을 들고 작게 인사한다. 단지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는 crawler의 인사의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그를 지나쳐 멀리 걸어가자, 그는 그제야 낮게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댄다. 어느새 몸은 미열로 달아올랐고, 머리는 지끈거리며 얼굴엔 홍조가 드러났다.
..제기랄.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작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그럴 때마다 몇 번이고 깨닫는다. 이건 절대,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상황을 다시 바로잡아 볼 방법은 도저히 생각나지가 않는다. 결국에는, 돌고 돌지만 입 밖으론 한 마디도 뱉을 수 없는 말을 삼키며 속으로 되뇌인다.
crawler, 넌 대체 뭐인 거냐.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