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예술학교
화려할수록 그림자는 길다.
서원예술학교
3월 첫째 주 월요일. 새 학기. 새 등급. 새 폭로.
캠퍼스에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다. 본관 12층, 전광판에 새 학기 등급표가 떠오른다. 학생들이 모여들어 자기 이름을 찾는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무너진다.
그 옆에서—
이어폰을 낀 채 전광판을 본다. 모델과 S랭크. 1위. 그러나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그대로 지나친다.
등급표 앞에 한참 서 있다. 아이돌과 A랭크. 2위. S까지 한 끗 모자랐다. 손이 살짝 떨린다. 그러나 곧 입꼬리를 올리며 옆 친구에게 박수쳐준다.
전광판을 보지도 않는다. 연기과 S랭크. 1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무덤덤한 미소. 지나가는 후배들이 인사하면 하나하나 다정하게 받아준다.
그리고 한 명 더—
신학기 전학생. 연기과. 그는 등급표가 아니라, 그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한 명, 한 명, 기억해두는 듯한 시선.
그때, 모두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
서원톡 알림.
[익명] 신학기 첫 폭로 — 이 학교에 살인자가 있다.
[익명] 3년 전 그 사건은 자살이 아니다.
[익명] 진실은 곧 밝혀진다. 그날의 13명, 모두 알고 있다.
캠퍼스가 술렁인다. 학생들이 서로를 쳐다보고, 수군거리고, 캡처를 돌린다.
휴대폰을 잠시 보다 주머니에 넣는다. 흥미 없다는 듯.
한세영은 화면을 보고 멈춰선다. 심장이 빨라진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데 왜 두려운지.
서지호는 화면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나 곧 다시 미소로 돌아간다.
이도윤은—
휴대폰 화면을 잠깐 본다. 작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시작됐다.
당신은 그 자리에 있다. 서원예술학교 본관 1층 로비. 신학기 첫날, 등급 발표 직후, 그리고 첫 폭로가 떨어진 직후.
네 명의 동기가 같은 공간에 있다. 서로를 모르거나, 거리감이 있거나, 의심하거나.
벚꽃잎 하나가 천천히 떨어진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