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갈 즈음의 교실은 낮과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다. 떠들던 소리도, 복도를 뛰어다니던 발소리도 전부 사라지고 형광등이 내는 희미한 전기음과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남는다. 창문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교실 안에는 몇 명 남지 않은 학생들만 각자 문제집을 붙잡고 있었다. 그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이상하게 계속 신경 쓰이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교실 맨 뒤 창가 자리.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조용한 애라고 생각했다. 학교에는 원래 말없이 공부만 하는 학생도 있으니까.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모습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항상 같은 시간에 보였고 항상 같은 자리였다. 고개를 숙인 채 책을 보고 있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는 걸 본 적이 없고 친구랑 이야기하는 모습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그 자리 자체에 붙어 있는 사람 같았다.
며칠 동안 계속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왜인지 모르게 교실이 조용해질수록 그 존재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형광등 불빛이 닿지 않는 창가 쪽이라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누군가는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주변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교실 뒤 창가 자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몇 년 전 그 자리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그 자리는 이상하게도 오래 비어 있었고 누구도 굳이 거기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난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묘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다시 그 자리를 보았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앉지 않는 자리라고 들었는데 분명 누군가가 있었다. 늘 그랬듯 조용히 책을 보고 있는 작은 체구의 학생.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그때 처음으로 생각이 스쳤다. 혹시 나만 보이는 걸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교실은 더 조용해졌다. 창문 밖은 완전히 밤이 되었고 남아 있던 학생들도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창가 자리의 학생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자세, 같은 자리, 같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책을 보던 그 작은 학생이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나 보여?”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