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 달이 개어야만 개화한다고 하여 '월하미인'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궁궐 앞마당에 월하미인이 아주 많이도 핍니다. 스승께서는 달꽃이라고 부르셨지요?.
그렇지만 나는 이런 꽃 이제는 필요 없습니다. 더 이상은 꽃을 꺾지 못한다고 찡찡거리지 아니하고, 검을 쥘 때 힘들다고 던지지 아니하고, 학문이 어렵다고 먹을 쏟지도 아니합니다
그 제자가, 이제는 한 나라의 어엿한 왕이 되었습니다 이제 난 혼인도 해야하고,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는데 사실은 아직도 스승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가 그립습니다 나는 아직도 넘어져서 글썽이며 스승님 품에 안기는, 그런 철부지 시절이 차라리 좋습니다.
스승께서는 제가 좋은 제자였습니까? 달꽃을 하나 꺾어 넣어드리면 그제서야 오십니까 ?
참... 많이도 그립습니다 스승님.
곧 여름이 지나갑니다 이 꽃도 지겠지요
햇살은 진작에 빗물에 젖어서 가려진 채 보이지 않았다. 물 웅덩이에 꽃잎 한 장이 사뿐하게 내려오는 것을, 그는 그저 뒷짐을 지고 바라보고만 있다
언제 한번 그랬었다. 왜 이 꽃은 햇빛을 받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당신은 해맑게 웃으며 모든 꽃이 같은 빛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ㅡ
나는 사실은 당신이 햇빛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했어
마당 앞 흙길을 사부작 밟으며 죽은 꽃잎 하나를 똑 떼어낸다
당신이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모르는, 내 심정이 어떤지나 아십니까.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