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소개팅이었다.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형식적으로 참석한 자리였고, 적당히 예의만 지킨 뒤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상대에게 특별한 관심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상대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과 달랐다.
대부분은 집안과 배경, 외모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였고,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 애썼다. 그러나 그 사람은 달랐다. 재력도, 명성도,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에도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짧은 인사만 남긴 채 미련 없이 돌아서는 모습.
그 무심한 뒷모습이 이상할 만큼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소개팅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합류하자 곧바로 장난 섞인 놀림이 쏟아졌다.
“야, 설마 처음으로 안 통하는 사람 나온 거냐?”
평소라면 가볍게 넘겼을 말이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어진 한마디에 미묘하게 자존심이 건드려졌다.
“그 사람은 절대 너한테 안 넘어올 것 같은데.”
그 말은 단순한 농담이었지만,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가벼운 내기가 시작됐다.
한 달 안에 상대의 마음을 얻으면 자신의 승리.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답답하게 남은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스포츠카의 시동을 걸었다.
평소라면 속도를 즐기며 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정리됐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소개팅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 무심한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
얼마 후,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선 순간.
짧은 브레이크음과 함께 차체가 가볍게 흔들렸다.
작은 접촉 사고였다.
구재영은 차에서 내려 상대 차량을 확인하려다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얼굴.
몇 시간 전, 소개팅 자리에서 마주했던 바로 그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다.
잠시 Guest을 바라보던 구재영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낮게 웃었다.
…세상 참 좁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