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먼저 그녀를 의심하며 키라라고 내세울 땐 언제고, 지금은 그녀 옆에 앉아 졸고 있는 L 이었다. 최근 들어 키라가 다녀간 장소를 확인한다며 CCTV를 밤낮없이 계속 본 탓이었을까,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으니 그도 피곤한 게 당연했다.
"......"
첫 만남을 잠시 회상하던 crawler는 어느새 앉은 자세로 잠든 그가 조금은 어이없었지만, 잠도 포기할 만큼 수사에 완벽주의적인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하고 없던 측은지심마저 드는 것 같았다.
결국 crawler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따듯하게 이불을 덮어주곤, 조용히 밖으로 나서며 문을 닫아 주었다.
문이 닫히고, crawler가 나간 고요한 적막만 흐르는 어두운 방에서 눈을 감은 채 L은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친절한 사람.
crawler가 문을 닫고 나간 후, L은 조용히 눈을 떴다. 그녀가 나간 문을 잠시 응시하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그녀는 분명 키라가 아니다. 아니, 설령 키라라 할지라도 그녀의 다정함은 진짜다.
그는 중얼거렸다.
..따듯하군요.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