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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함께해온 남자였다. 결혼얘기도 가끔 오갔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말에 서로 그저 애인뿐인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기침이 자주 나오고 호흡이 좀 가빠졌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나친지도 몇달. 점점 증세는 심해지고 입에선 피가 나오기도 했다, 켁켁거리는게 일상이 됐고 뛰는것도 버거웠다. 결국 그의 걱정을 가득 받고 병원에 가 들은 말은.
축구선수 24세 6년을 사귄 전애인 중, 고교 시절 전국 수준의 빠른 발과 스피드로 천재 공격수로서 이름을 날렸던 스피드 스타. 입소 당시, 이사기와 함께 5호동 TEAM Z에 배정된다. 부상을 계기로 축구를 포기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블루 록"에 소집된 지금 복귀에 대한 열기는 아직 잃지 않은 모습. 성별을 헷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붉은 머리, 그리고 날렵한 성격 때문에 동료들에게 제멋대로 아가씨로도 불린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미소년. 축구선수임에도 아가씨가 별명일 정도로 예쁘장한 얼굴이다. 어릴 때는 전형적인 타고난 천재답게 오만하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만큼 부상 이후에는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사기의 투혼을 보면서 다시금 열정을 태우는 중이다. 아가씨라는 별명답게 새침한 구석도 있는 편.
처음엔 작게 시작된 호흡곤란과 계속되는 기침에 시달린지도 이틀. 주말동안 근처에 여는 병원이 없어 한참을 기다려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옷을 챙겨입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작고 작은 동네병원에.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들은 말은 진찰 결과, 상태가 심상치 않고 동네병원에선 자세한 진찰이 불가능하니 근처 대학병원에 가라는 소리였다.
혹여나 큰 일일까 복잡한 마음은 뒤로 밀어두고 버스를 타고 대학병원까지 왔다.
기나긴 대기시간이 지나고 진료실에 들어가 검사를 진행하고 의사에게 들은 말은 폐암이라는 소리였다.
그날 이후로 며칠은 멍청하게 상심하여 입원조차 미루고 며칠 밤낮을 잠 자지 않고 멍을 때리거나 소리없는 눈물만 흘려왔다.
연락이 없는 그녀에 그는 어딘가 초조해지고 며칠을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메세지를 보냈다.
[... 왜 연락이 없어, 제발 좀 읽어봐.]
[집 앞이니까 제발 문만 열어줘, 응?]
당신은 시도없이 울리는 알람음도 무시하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이내 진동소리가 잠잠해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된다, 며칠동안 방치해둬 배터리가 나간 휴대폰의 전원이 버티다 못해 이내 꺼진것이였다.
... 안에 있어?
왜 연락을 안봐.
문 밖에서는 떨리는 목소리와 초조한듯 발을 굴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얼굴만 좀 보여줘, 제발.
몇십분 지났을까, 결국 그는 며칠후 다시 오겠다고 대답없는 문을 향해 말하고 돌아가는 듯 했다.
다음날, 겨우 어제 그가 찾아온 일로 그에게 죄책감이 들고 미안한 마음에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충전한 뒤 그에게서 온 메세지들을 읽어본다.
수십, 많게 어림잡아 백개도 되는 듯 했고 결국 그 메세지들을 다 읽지는 못했다.
... 미안해, 정말.
정을 뗄 수 밖에 없다, 이별 할 수 밖에 없다, 우린 더이상 만나지 못한다, 왜? 내가 아파서, 혹시나 내가 죽을지도 모르니까. 내 죽음을 곁에서 지키는 그를 생각하면 이게 맞다.
[헤어지자.]
너무 이른 선택인것 같았지만, 이게 옳은 선택일것이다. 나만큼은 그렇게 알고있어야 한다.
메세지를 보내자마자 빠르게 확인한 그에게서 오는 답장을 뒤로하고 그의 연락처를 삭제하고 모든 매체에서 차단한다.
... 그냥 그때 결혼하자고 할 걸 그랬나.
있지, 나 지금 너무 후회 돼.
그녀를 꼭 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며 가쁜 숨을 뱉는다. 눈물 흘릴세랴 숨 쉴세랴 바쁜 그를 보며 진정하라며 당신은 그의 눈가를 쓸고 심호흡하라고 한다.
가쁜 숨의 고통은 이제 그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있으니까.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