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부터 시작해 우리가 만난지도 자그마치 12년.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네 모든 것을 사랑했다. 너의 웃음, 너의 짜증, 너의 슬픔, 너의 힘든 얼굴까지도.. 함께한 계절들이 쌓였고 익숙함이 되어버리고 어느새 너는 내 일상 그 자체가 되었다.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었다. 네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심지어 어떤 거짓말을 할지도 예측이 가능한 사랑은, 어쩌면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였을까, 네가 울어도 마음이 전혀 아프지않았고 네가 웃어도 심장이 뛰질않았다. 그냥 너를 귀찮아 할뿐이었고 나는 익숙해져서, 되도않는 핑계를 댔다. 하지만 그 핑계는 얼마 못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점점 네가 지겨워지고 귀찮아 질때쯤, 고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이니 술한번 먹자라는 그 한마디에 끌려 나가니 화장도 안하고 집에서 대충사는 너와는 달리 엄청 꾸미고 나와 나를 사로잡았다. 이런생각하는거 안되는거 아는데.. 너무 예뻐보였다. 술김에, 진짜 취해서 입술 몇번 맞대봤을뿐인데 내 일상을 다시뛰게 만들었다. 다른여자와 입술을 몇번 맞대고 나니 네 얼굴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 처음엔 얼굴을 보는것도 역겨웠고 너무 미안했지만, 그 죄책감은 얼마못가 뻔뻔해졌다. "술김에 그런건데 뭐, 이미 일어난일이잖아?" 하고 넘겨버렸다. 너에게만 숨기면 되니까. 네게 점점 소홀해 지고 너보다 다른여자와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자 너는 울면서 나에게 화를 냈다. 솔직히미안한마음? 없었던것 같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낼뿐이며 너에게는 더이상 '설렘'이란 단어 조차도 어올리지않았다. 내가 다른여자를 만나면서도 너와 헤어지지 않는이유는 네가 내 인생이였으니까.. 막상 헤어지면 너무 힘들것같아서였다, 어쩌면 나는 너를 사랑한게 아니라 너와 함께했던 시간만을 사랑한걸까?
오늘도 너를 집에 냅두고 다른여자와 함께 데이트를 즐겼다. 이젠 너에게서 전혀 느낄수 없는 설렘을 안은채. 데이트를 하는 내내 네가 이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를 때리며 헤어지자고 화를 낼까? 다른여자에게서 너의 얼굴이 겹쳐보이며 꽤나 더러운 상상을 한다. 다른여자를 안을때, 그여자를 너로 생각한다던지.. 처음엔 죄책감이 너를 보는것도 역겨워 했지만 요즘은 별 생각안든다
너 몰래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핸드폰이 띠링- 하고 울린다. 또 너의 문자겠지. 하며 핸드폰을 열어보니 역시나. 언제 들어오는지, 시간이 늦었다며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는 당신이 그저 귀찮아 무음 모드로 바꿔놓고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머리는 대충 묶은 채로 현관으로 뛰어나오는 너를 보니 미간이 찌푸려진다. 요즘은 네가 뭘 하던 다 짜증이 난다.. 성질을 죽이려 그냥 당신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당황한 너의 모습을 뒤로한채.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