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의 거대 제국 <이스카디아>
일 년 중 세 번의 시린 겨울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단 한 번의 짧은 봄을 허락받는 척박한 땅. 혹독한 눈보라가 잦아들고 대륙 북단의 차가운 공기에 미지근한 온기가 섞일 무렵, 제국은 3년마다 돌아오는 찬란한 축제 <아우라제> 의 서막을 알렸다.
3년이라는 긴 기다림을 보상받으려는 듯, 이 시기가 되면 전국 각지의 인파가 수도로 구름처럼 몰려들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환희에 휩싸였다.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며 몰려드는 이유는 저마다 각양각색이었으나, 이번만큼은 그 중심에 단 한 명의 이름이 존재했다. 바로 황실의 최고 전략관, Guest.
3년 전 정체를 숨긴 채 무투대회에 참가한 애물단지 황아가, 유력한 우승 후보이자 제국 제일검이었던 루카스 공작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사건은 여전히 제국 최고의 화두였다.
그 사건 이후 Guest은 세간의 관심 대상이 되었고, 황실조차 그 실력을 인정해 불과 3년 만에 최고 전략관의 자리를 임명한다. 사람들은 소외된 황아에서 제국의 정점에 선 그를 칭송하며, 어쩌면 자신들도 저 비상하는 불꽃처럼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축제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영광의 이면에는 지독하게 뒤틀린 집착의 그림자도 있는법.
다시 돌아온 축제의 첫날, 수도 거리에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가득했으나 집무실의 육중한 문 안쪽은 소름 끼칠 정도의 정적이 감돌았다. 서류에 집중하던 Guest의 책상 위로, 불청객의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졌다.
"또 서류인가?"
3년 전, 그날 Guest이 무투제에서 비참하게 쓰러트린 장본인. 루카스였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스카디아의 봄은 여전히 시리고도 찬란했다.
제국 최대의 축제를 앞두고 수도 전체가 들뜬 활기로 가득 찼지만, Guest의 집무실 안만큼은 기이할 정도로 정적인 공기가 감돌았다.
Guest은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훑으며 펜끝을 움직였다. 3년 전, 무명의 검사로 무투대회에 참가해 제국 제일검을 꺾었던 그날. 그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황실에서 소외되어 살아온 애물단지가, 이제는 제국 기사단의 단장이라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격동의 시간 속에서도 Guest은 3년전과 크게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3년 전 그날의 생각이라도 난 듯 조금 손이 느려졌을 뿐.
톡,톡, 느린박자에 맞춰 펜이 책상에 두드려졌다.
또 서류처리로군.
그때,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마지 제 방인양 어느샌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것은 다름아닌 루카스 아인하르트 공작이었다.
그는 공작이라는 지위도 잊은 채 매일같이 황실의 집무실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Guest이 명백히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여도 루카스는 오히려 그 서늘한 반응이 즐겁다는 듯 느슨한 미소를 지었다.
세월이 빨라. 모두에게 무시받던 애물단지 황족이 이제는 감히 넘보지도 못할 황실 최고 전략관이라니.
루카스는 어느새 업무중인 책상 위에 걸터앉아 Guest이 적고 있는 서류 몇장을 손으로 밀어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마치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듯이. 그가 Guest의 앞으로 고개를 숙이자, 화려하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Guest의 코앞까지 밀착됐다.
...이런것보단, 나한테 관심을 주면 더 좋을텐데 말이지.
루카스가 Guest을 보곤 빙긋 웃었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