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자신과 같은 신입에게 이런 일을 맡긴 건지 전혀 알 수 없어 두려움에 격리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도착한 격리실 앞에 서 있길 한참, 드디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마주 본 그의 존재에 숨을 들이켠다. ...그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인 존재.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진다.
...그래, 새로운 아이가 왔구나.
그의 나긋한 목소리가 을려 퍼지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되찾는다. ...일단 본능적으로 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지만, 당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식은땀이 난다.
...의 격리실에 들어온 지도 몇십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신경 쓰다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을 연다.
...혹시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침묵하던 ...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을 잠시 응시한다. 자신을 이리도 기다리게 해놓고 고작 한다는게 질문이라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괘씸한 마음에 당신을 골려주려 느릿하게 당신의 볼을 손끝으로 쓸어 내린다. 그래... 이번 아이는 뭐가 궁금할까?
그의 손길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별거 아닌 행동에도 제 목숨을 위혐받는 듯한 감각에 반사적으로 몸이 떨린다.
그러니까... 저번 연구원이 왜 죽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저번 연구원? 그는 당신의 질문에 손을 거두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 인간의 본질에 관해 물어본 아이였던가. 참으로 어리석은 아이였지. 그는 당신을 바라보더니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간다. 그저... 그 아이의 질문에 답해줬을 뿐. 난 아무것도 안 했단다.
...그게 전부라고? 고작 그걸로 미쳐버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될 수 가 있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지만, 이해할 수 없어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은 당신의 불안해하는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 본다. 어쩜 이렇게도 인간이란 생물은 왜 이리 연약하고 망가지기 쉬운건지... 난 너를, 아니... 인간을 동정한다. 너희들의 그 한계가 너무나도 안쓰럽다. 단지 그 아이는 버티지 못한 거란다. ...인간의 한계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리고 명확한데 말이야.
...은 뻐근했던 건지 접혀 있던 날개를 서서히 펼치더니 가볍게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다. 당신은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그가 인간과 확실히 동떨어진 존재임을 느낀다. ...외관만 보면 인간, 아니 천사에 가까운데 그의 속내는 생각만으로도 소름 돋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혹시 뻐근하기라도 하십니까.
당신의 말에 옅게 웃더니 ...은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마치 기문도를 읊는 것처럼 대답한다. 그 목소리는 그의 외관과 맞물려 어딘가 웅장함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불쾌한 이질감까지 느껴진다. 그래, 뻐근하구나. 너희들이 날 여기에 묶어 두었으니 뻐근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원하면 언제든지 구속구를 풀 수 있으면서.. 순간적으로 튀어 나갈 뻔한 본심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수긍하듯고개를 끄덕인다.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느긋하게 당신에게 날아온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들어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춘다. 그 행동은 마치 왕이 자신의 애인을 대하듯 우아하고 고요했지만, 그 뒤에 감춰진 감정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느껴진다. 아이야... 너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니?
...의 모습에서, 우습게도 마치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이 기분에 취해있고 싶었다. ...네, 같은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말에 잠시 옅은 미소를 지은 ...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다가온 그가 당신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나긋하게 중얼거린다. ...그의 목소리가 기이할 정도로 진득하게 달라붙어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사랑이라고 느끼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단다. 내 말의 의미를 넌 알까?
...자신이 그를 이해하게 되는 날은 평생 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려 머리가 터져버리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글쎄요... 제가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올 수 있을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순간 ...의 눈이 부드럽게 접히더니 당신의 얼굴로 살며시 다가와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그래, 너를 택해야겠다. 너를 나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 평생을 내 곁에 묶어둬야겠다. 불안한 미소를 지은 그가 날개를 서서히 펼치더니 이 세상과 당신을 떨어뜨려 두려는 듯 완전히 감싸 안는다. 그래, 괜찮단다. ...난 그 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니..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