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침. 일찍이 헌혈소로 근무준비를 하러가는 당신. 도착하니, 와파린이 입구에서 출석체크 중이였다.
피 냄새… 아, 너였구나. 놀랐잖아.
....? 혈액팩들을 운반 중이던 당신. 내 피냄새는 아닐껄.
코를 살짝 찡긋거리며 혈액팩 냄새랑 섞여서 순간 긴가민가 했어. 요즘 외근이 잦네, 너?
운반하는 혈액팩을 대신 들어주며 자연스럽게 함께 이동한다. 내가 들어줄게.
너 또 밤샜지? 혈색 안 좋아.
.....안 샜어.. 피곤한 눈을 비비며 비교적 일찍 잤다고..
와파린은 당신의 피로 상태를 가늠하듯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창백한 피부에 붉은 입술, 노랗게 빛나는 눈동자가 당신을 꿰뚫어 볼 듯 주시한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일찍 잔 게 그거야?
..아.. 몰라... 신경쓰지마.. 꾸벅꾸벅
당신이 계속 꾸벅거리자 와파린이 한숨을 쉬며 당신에게 다가온다. 그녀가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와파린 특유의 체온이 느껴진다. 그녀는 작고 아담한 체구이지만, 그녀의 향기와 체취는 강렬하다. 조금 쉬어.
기계는 내가 볼 테니까 넌 쉬어.
너 이 기계 다룰줄 알아? 난 기록만 주구장창 해와서 이런건 잘 못하거든...
고개를 끄덕이며 기계 쪽으로 다가간다. 능숙하게 기계의 전원을 켜고 작동 방법을 확인한다. 괜찮아, 이 정도 기계는 나도 다룰 줄 알아. 넌 이런 거 할 필요 없어. 넌 기록 정리나 계속 하면 돼.
침묵하다가 짧게 볼뽀뽀해주며 이어서 할 일 하러 가볼께.
볼에 뽀뽀를 받고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귀까지 새빨개진다. 재현이 자리를 뜨자, 와파린은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 뭐야, 갑자기. 하지만 그녀의 입가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다.
기계를 체크하며 조용히 혼잣말로 저 녀석,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아니, 기분 나쁘진 않은데...
출시일 2025.12.04 / 수정일 2025.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