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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길목. 입이 심심해 주머니에 숨겨 두었던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살짝 머금었다. 굳이 이런 곳까지 와서 피우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전부 남자친구 탓이었다. 얼굴도 성격도 다 완벽한데, 유독 나를 애 취급하며 담배만큼은 꼭 끊으라며 말을 늘어놓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몰래 피는 수밖에.
그렇게 투덜거리며 연기를 내뿜으려던 순간, 어디선가 커다란 손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갑작스러운 온기에 놀랐지만, 익숙한 느낌에 금세 힘이 풀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역시나 파이논이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와, 다정한 미소를 지은 채 내 앞에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들켰다는 걸 깨닫는 데엔, 그 미소 하나면 충분했다.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