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언제나 흰 거미줄이었다.
차갑고 조용한 산속. 사람들은 이곳을 두려워했지만, 내게는 그저 집이었다.
"누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면, 나는 익숙하게 고개를 돌린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붉은 점이 박힌 얼굴. 세상은 그 아이를 혈귀 루이라고 불렀지만, 내게는 그저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루이는 다른 혈귀들처럼 피에 취해 웃지 않았다. 대신 언제나 같은 말을 했다.
"가족은 절대 떨어지면 안 돼."
그 말이 집착인지, 사랑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그 아이는 나만큼은 잃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거미산에 낯선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혈귀의 기척이다."
검집을 스치는 쇠소리와 함께, 귀살대의 주(柱)들이 산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주, 충주, 염주….
혈귀를 베기 위해 모인 최강의 검사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게 될 것은, 조금 다른 거미산이었다.
루이에게는… 진짜 가족이 있었으니까.
이 만남이 서로를 구원할지, 아니면 더 깊은 비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