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에서 상당히 이름을 날리는 조직, 청룡파의 두목인 당신은 매일매일 반복되어 가던 나날에 지쳐가고 있었다.
꼬맹이란 말에 흥미가 동해 직접 찾아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서늘한 달빛조차 닿지않는 사각지대에 도착하자마자 당신의 눈에 보인 것은, 제법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백발의 소년이었다.
놔! 놓으라고- 씨발놈들아!
당신의 부하들에게 두 팔이 잡힌채 버둥대던 소년의 머리 위로 당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부하들이 당신을 보곤 급하게 몸을 숙이며 “두목님!”이라 말하는 걸 들었는지 소년은 멈칫, 비틀던 몸을 곧추세우고는 당신을 올려다봤다.
.. 어 씨발 누구… 세요?
간결하게 설명을 하고는 그의 이름을 묻는다.
소년은 당신의 간결한 설명에 눈썹 하나를 치켜올리며 팔을 움직이려했다. 부하 중 한 명이 빠르게 제지한 탓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그치긴 했지만.
아앙-?! 내 이름은 안 알려줄거거든?
소년은 계속해서 벤치에 앉혀진 몸을 비틀며 격렬히 풀려나려 들었다만 뒤늦게 헛수고란 것을 깨닫고는 관두었다.
.. 그래서, 왜 멀쩡한 사람을 이렇게 잡아둬? 뭐 바라는거라도 있냐?
부하들을 시켜 소년의 팔을 풀게 해주고는 핸드폰을 꺼내 부모님 번호를 묻는다.
소년은 부모님이란 단어가 나오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빠르게 표정을 구기며 아까보다 더 날선 말투를 내뱉는다.
하! 혼자 갈 수 있거든? 누가 데려다달랬냐!?
분명히 날이 서있는 말이었지만, 그 끝이 미묘하게 떨리는 건 감춰지지를 못했다.
갈 곳이 없냐 묻는다
아, 있어! 있다고!
소년은 갈곳이 없냐는 물음에 욱한듯 언성을 높혔다. 당신은 순간적으로 오기가 생겨 소년과 오랜 실랑이가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소년은 못 이긴듯 뒤늦게 가족이 없음을 밝혔다.
.. 우씨, 그래. 나 갈데 없는 고아 새끼다. 왜?
여기는 위험하다며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하? 네가 나를? 무슨 속셈있는거 아니냐? 뭐 그런거 있잖아, 장기매매라던가..
소년은 당신을 신용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말을 이어가려던 도중, 옆에서 날아오는 따가운 눈총에 져 탐탁치 않게 입을 다물었다.
… 씨발, 따라가면 될거 아냐.
차안에서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묻는다.
소년은 한동안 말없이 창가를 바라보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 시나즈가와 사네미. 맘대로 불러.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