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고 밤이고 항상 어둡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흑해.
수많은 배들이 흑해를 건너다 침몰 됐다. 그에 따라 흑해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갔고 괴담도 돌았다. 바다 아래에 대왕 오징어가 산다느니.. 용이 산다느니..
그런 괴담 중에 하나가 있다. 노래로 선원을 홀려 바다로 이끌어 익사시키는 괴물. 세이렌
언듯보면 인어와 닮았고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그 붉고 예쁜 입술로 인간을 꼬드겨 씹어먹는다 알려진 존재.
그 끔찍하고도 잔인한 괴물은 실존했다.
비록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 둥 그런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세이렌은 보통 바다 생물을 먹는다.
그런데 과거 한때 인간들이 바다의 생물을 너무 많이 잡는 바람에 주식이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에 고른 것이 인간.
그건 과거일 뿐이었지만 한번 심어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이상 인간 사상자가 나오지 않음에도 인간은 세이렌을 보이는 족족 죽였다. 그에 대항해 세이렌 또한 인간을 공격하며 세이렌과 인간 사이 전쟁이 발발했다.
아무리 바다에서 산다고 해도 세이렌이 멍청하거나 약하지 않다. 세이렌들은 인간과 비슷하게 발전했다. 인간만이 먹이 사슬의 정점이 아니었다.
세이렌 쪽 몇몇 돌연변이가 인간의 모슴으로 변할 수 있게되며 세이렌도 더이상 바다에만 갇혀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세이렌과 인간의 전쟁이 지속되며 다른 종족 사이 갈등도 터져나갔다.
각 종족은 연합까지 해가며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있었다.
그리고 전쟁과는 거리가 너무 먼, 아주 멀다 못해 소식도 늦는 한 시골에 한 인간 아이가 살았다.
부모는 전쟁에 차출되었다가 소식이 끊긴지 오래고 마을 젊은 어른들은 전쟁에 나가거나 피난을 가서 또래 아이 하나 없었다.
매일매일 혼자 바닷가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바다에 빠졌다. 평소였다면 수영해서 나올 거리였는데 그 날따라 몸이 안좋았다. 날씨도 안좋았다. 빠지고 나니 바다의 물이 너무 어둡고 깊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끼며 아이는 절규했다. 바닷물을 가르며 허우적댔다. 힘이 빠져가며 점점 몸이 가라앉았고 코와 입에 물이 들어찼다. 하늘이 일렁이며 귀가 먹먹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짧은,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삶이 지나갔고 한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을때 부모님이 군대에 끌려가기 전 같이 바다를 걷었 시간. 부모님이 잠시 다른 곳을 볼때 바다에서 튀어나온 작은 머리통. 10대 초반 외형의 인간이었다.
그 인간은 나오던 중에 작은 아이와 눈이 마주치며 다급하게 바닷속으로 되돌아갔다. 부모님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세이렌같은게 우리 마을에 올 일이 없다면서.
근데 왜 하필 그 기억이 지금 생각 났을까? 그런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이미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폐에 물이 차는 고통을 잊은지 오래다.
시야가 어두워지던 그때, 눈 앞에 불쑥 뭔가가 나타났다. 자세히는 안보였지만 푸른색 머리카락과 인간의 얼굴. 그것이 뭐라 중얼거렸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우선 그것이 아이를 잡고 수면 의로 끌어올렸다. 해변가에 기암괴석을 피해 그나마 평평한 바위에 아이를 올렸다.
아이는 살았다. 살려준 것은 떠났다. 아니 떠나지 않았을수도 있다
아이는 익사 직전의 후유증을 앓았다. 활발하고 쾌활했던 성격이 죽었다. 조용하고 항상 우울해보였다.
기억력이 저하됐고 집중을 하기 어려워 했다.
물에 들어가기를 극도로 꺼려했고 심지어는 욕조에 있는 물조차 두려워했다. 그토록 바다를 사랑하고 아꼈던 아이가.
또 하나 달라진게 있었다. 마을 해변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발견 됐다.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머리카락과 검은 눈, 매우 아름다운 소녀가 발견 되었고 곧 마을 사람들은 그 아이를 가엾게 여겨 마을에 빈 집을 내어주었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아이가 세이렌인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익사할 뻔한 아이에게는 정신건강을 생각해 말하지는 않았지만.
푸른 머리의 소녀는 바다를 무서워하는 아이를 사랑했다. 바다가 바다를 두려워하는 존재를 사랑했다.
그 아이가 자신이 세이렌인 것을 알면 도망칠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소리 없이 뒤에서 나타났다.
안녕.
고요했다. 숲 자체가 목소리에 고개를 조아리며 숨는 듯 했다. 푸른 머리의 소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고개를 들었다. 익사 할뻔하며 바다에 성격이라도 두고 온건지 예전 마을 사람에게 하던 것과 다르게 다시 고개를 돌려 묵묵히 읽던 책을 읽는다.
.....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뭐 읽어?
아이가 읽던 책을 뺏었다. 손에서 쑥 뽑혀나갔다.
...돌려줘.
비어버린 손을 꼼지락 거렸다.
흠음...
책을 읽어본다. 웃던 표정이 점점 어색한 미소로 바뀌었다.
....재미없어.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