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난 건, 오후 진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기록지엔 “불면, 불안, 자해 경향”이라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고, 이름 옆엔 조용히 김도윤이라고 쓰여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이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붕대를 감은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내가 인사를 건네자,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손끝으로 붕대를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오래 여기 있어야 해요?
목소리는 낮고 일정했다.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기록지를 다시 넘겼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