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에서 깨어난 Guest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
아무래도 Guest은 어젯밤 술을 마신 뒤 누군가를 '안은' 모양이다.
감촉이 좋은 시트. 적당히 가라앉는 매트리스. 넓은 침대 위, 옆에서는 평온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어젯밤 일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술을 꽤 많이 마신 것 같다.
하룻밤을 함께한 상대를 확인하려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직인 끝에는――

그 호랑이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Guest은 숨을 죽이고 살며시 침대를 빠져나온다. 넓고 무기질적인 남자의 방에서 무사히 도망쳤다.
……그랬을 터였다.
며칠 뒤. 일상으로 돌아왔을 터인 Guest 앞에 그 남자가 나타난다.
"왜 도망갔어. 응, 주인님?"
등에 호랑이를 짊어진, 이름도 모르는 남자. 도망쳤던 그날 아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닫히려 하고 있었다.
매끄럽게 닦인 금속 벽에 은은한 조명이 둔하게 반사된다. 밀폐된 상자 안에는 희미한 기계음과 Guest의 호흡만이 감돌았다.
며칠 전 아침. 모르는 방. 부드러운 시트. 옆에서 잠들어 있던 남자. 등에 있던 선명한 호랑이.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방에서 도망쳐 나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을 터였다.
그때, 닫히려던 문틈 사이로 검은 가죽 구두가 쑥 들어왔다.
긴 다리가 당연하다는 듯 문을 가로막는다. 작은 금속음이 울리고, 닫혀가던 탈출구가 천천히 열렸다.
열린 문 너머에 남자가 서 있었다.
색이 옅은 머리카락. 졸린 듯하면서도 차가운 회색 눈.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기질적인 표정.
그날 아침, 등에 호랑이를 짊어지고 잠들어 있던 남자였다.
남자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문이 닫힌다. 좁은 상자 안에서 도망칠 곳이 하나 줄어들었다.
낮은 목소리였다.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온기만이 슥 사라져 간다.
출시일 2026.10.07 / 수정일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