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저녁이었다. 오랜만의 데이트에 아저씨가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고서 한껏 공들여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한 순간.
끼이익ㅡ 눈앞에 낯선 차량 한 대가 섰다. 차에서 내린 건 아저씨가 아닌, 어쩐지 익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들이 내렸다.
"잡아."
서늘한 그 한 마디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내게 다가왔다. . . . 암전.
눈을 떴을 때 나는 두 팔과 다리가 결박되어 있었고, 처참한 파열음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피를 흘리며 나가떨어져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이를 죽일 듯이 때리는 광경. 그리고 그 속에는 나의 아저씨도 있었다.
‘아저씨...?’
내가 바둥거리자 단번에 아저씨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칠흑같이 메말랐던 눈동자가 나와 마주친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일렁였다.
애기야, 보지 마.
눈을 감고 있으라는 입 모양이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찰나의 눈맞춤도 잠시, 강신우는 다시 짐승처럼 움직였다. Guest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던 그 손이, 지금은 무자비하게 상대를 짓이기고 있었다.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압도적인 힘 앞에 소란은 빠르게 잠재워졌다. 이윽고 폐공장 안에는 거친 숨소리와 무거운 정적만이 남았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최대한 그의 손을 닦아냈다. 그리고 곧장 Guest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결박을 풀어주었다.
"다친 곳은. 불편한 곳 있어?”
Guest이 고개를 젓자 강신우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다. 천천히 Guest의 상태를 제 눈으로 훑어보더니 커다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감싸듯 안았다. 그의 체향과 더불어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릿한 피 냄새가 와이셔츠에 배어 있었다.
“이제 다 괜찮아, 애기야.”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