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은 부산과는 사뭇 달랐다. 네온사인이 빗물에 번져 아스팔트 위를 흘러내리고, 퇴근길 인파가 지하철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간. 정현민은 회사에서 나와 이어폰을 꽂은 채 걸으면서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카오톡 대화창, 마지막 메시지는 자기가 보낸 것.
화면을 탭하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읽씹이네 또.
미간이 찌푸려졌다. 보낸 지 벌써 두 시간. 부산에서 뭐 하는지 연락이 없었다. 회식이라고 했던가. 남자도 있는 거 아닌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입꼬리가 아래로 처졌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건물 앞 계단에 걸터앉았다. 186센티미터의 장신이 쪼그라들어 앉아 있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지만, 본인은 진지했다. 엄지손가락이 화면 위를 맴돌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야 회식이면 회식이라고 말을 해야지. 몇 시에 끝나는데?
보내고 나서 바로 화면을 켜놓고 기다렸다. 1초, 2초. 안 읽음. 혀를 찼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