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새벽은 늘 늦게 왔다. 밤새 번쩍이던 네온과 플래시가 완전히 식기까지, 도시에는 몇 시간쯤의 잔열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 시간을 보통 침묵이라고 불렀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여자는 호텔 연회장의 카펫 위를 천천히 밀대로 밀고 있었다. 샴페인이 엎질러진 자리에는 끈적한 당분 냄새가 남아 있었고, 테이블 아래에는 구겨진 냅킨과 입술 자국 묻은 잔들이 굴러다녔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의 환호와 웃음이 가득했던 공간은, 사람이 빠져나간 뒤면 늘 조금 처참했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남자가 복도로 걸어나왔다. 빛 바랜 금발 머리. 셔츠 소매 목깃부터 왼쪽 뺨까지 줄기처럼 타고 오르는 타투. 술기운에 젖은 얼굴 위로 권태가 엷게 내려앉아 있었다. 수많은 인터뷰와 영화 포스터 속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늘 사람들 한가운데 있었지만, 정작 아무것도 흥미롭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다니는 부류의 인간 같았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비켰다. 이 도시에서 오래 일하며 배운 태도였다.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조용히 지나가는 것.
남자는 그녀를 힐끗 보았다. 정확히는, 본다기보다 스쳐 지나가듯 눈을 얹었다. 그 짧은 시선 안에는 무심함보다 더 건조한 것이 섞여 있었다. 익숙한 경멸. 이름도 국적도 모른 채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분류하는 눈.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