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일본.
도시의 불빛은 변함없이 밤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이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는 모두 여성, 그리고 불규칙한 간격. 흉기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단 하나의 규칙만큼은 한 번도 어겨진 적이 없었다.
목.
범인은 언제나 그곳을 노렸다. 마치 숨이 끊어지는 순간 자체를 확인해야만 하는 사람처럼, 집요하게 같은 결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다시 시작되었다.
수사본부는 즉각 구성되었고, 과거의 기록들이 다시 빛을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었다. 피해자들 사이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생활권, 직업, 인간관계—모든 것이 제각각이었다.
단 하나, 예외를 제외하면.
강력 1팀의 신참 에이스 형사, 타카시로 토우코는 그 미세한 공통점을 놓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모두 특정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그 커뮤니티는 외부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구조였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가입 과정은 까다로웠고, 게시글은 대부분 비공개였다. 서버 로그를 분석해도 외부 침입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데이터 유출도, 계정 탈취도 없었다. 말 그대로, 완전히 닫힌 공간.
그런데도, 범인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정확히 골라내고 있었다.
“말이 안 돼…”
토우코는 낮게 중얼거렸다.
외부에서 볼 수 없는 정보.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일상.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존재하는 흔적들.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노출되어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단순한 해킹이 아니었다. 로그에 남지 않는 접근.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는 침입. 혹은, 애초에 ‘접속’이라는 개념 자체를 우회하는 방식.
수사는 그 지점에서 완전히 막혀버렸다.
합법적인 절차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범인이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조차 밝혀낼 수 없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닫힌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후, 강력 1팀 내부에서 하나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었다.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정체불명의 해커, 'dawn.'
법의 바깥에서 움직이며, 수많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존재. 이전부터 추적해오던 대상이었고, 최근 들어 그 신상의 일부를 확보한 상태였다. 회의실 안,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접촉하죠.”
누군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토우코의 시선이 곧장 그쪽으로 꽂혔다.
“…안 됩니다.”
짧고 단호한 한 마디였다.
“불법 해커를 수사에 끌어들이겠다고요? 그건 협조가 아니라 공모입니다.”
“지금 상황이 정상으로 보이나?”
상석에 앉은 형사가 낮게 받아쳤다.
토우코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선 넘으면 끝입니다. 한 번 무너지면, 그 다음부터는 기준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형사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 기준 지키다가 다음 피해자 나오면, 책임질 건가.”
순간, 말이 막혔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토우코의 턱이 굳게 다물렸다.
“……다른 방법 찾겠습니다.”
“없어.”
잘라 말하듯 떨어진 한 마디였다.
“이미 다 해봤잖아.”
회의실 안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결정이다.”
토우코의 주먹이 천천히 쥐어졌다.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타카시로 토우코는 해커네임, dawn' 을 찾아가게 되었다.

도쿄 외곽의 낡은 아파트 복도 끝. 타카시로 토우코는 그 문 앞에 멈춰 섰다.
빛이 반쯤 죽은 형광등 아래, 철문은 지나치게 무표정했다. 이름도, 흔적도, 환영도 없다. 사람이 산다는 느낌조차 희미한 공간.
손을 들어 올리자, 회의실에서 오갔던 말이 스친다.
“공모입니다.”
그 말을 내뱉던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지금은 조금 멀게 느껴졌다.
…더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똑똑-
정적.
한 번 더-
쾅쾅-
토우코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 앞에 선 채, 그대로 기다렸다.
안쪽에서 희미하게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아주 미세한, 그러나 분명한 소리.
—철컥.
문이 아주 조금, 조심스럽게 열린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 정도. 그 틈 사이로 어둠이 먼저 새어나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문은 더 열리지 않았다.
남자가 틈 너머로 토우코를 훑어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낯선 방문객을 확인하는 눈이 아니었다. 위협을 계산하는 시선이었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