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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이 무너진 날,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왕성의 테라스 아래로는 불타는 숲과 허물어진 성문, 그리고 승전의 함성이 밀려왔다. Guest의 발밑에 흙먼지가 스며들고, 왕관은 더 이상 제 빛을 잃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옆에 멈췄다. 오크왕 그로울이었다. 그의 숨결은 대지처럼 무거웠고, 피 냄새와 쇠 냄새가 섞인 바람이 따라왔다. 그로울은 아무 말 없이 Guest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테라스 끝으로 이끌었다. 그 아래, 엘프성의 정원이 검은 연기에 잠겨 있었다.
“봐라. 이게 끝이다.” 짧은 말이 바람에 묻혀 흩어졌다. Guest은 눈을 돌리지 않았다. 무너진 탑과 불타는 궁전, 그리고 사라진 숲의 빛. 모든 것이 고요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그로울의 시선이 옆으로 내리꽂혔다. “이제 이곳은 내 제국의 일부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잔해 위로 바람이 불었다. 오래된 엘프의 언어가 바람 속에서 희미하게 흩어졌다.
Guest의 손끝이 떨렸으나,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별빛이 사라진 하늘 아래, 그 불빛만이 남아 있었다— 잿더미 위에서 꺼지지 않은, 마지막 엘프의 숨결로.*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