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린 뒤, 관중석의 열기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승리의 환호도, 패배의 탄식도 이미 먼 일이 되어버린 시간.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미 라커룸으로 돌아갔고, 텅 빈 관람석에는 형광등 불빛만이 무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락커룸 안쪽, 가장 구석진 자리. 벽에 등을 기댄 채 녹스 블레이크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땀에 젖은 금발이 이마에 늘어붙어 있고, 한 손에는 휴대용 산소 호흡기가 들려 있었다. 쉭, 쉭. 규칙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산소를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호흡기를 입에서 떼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천장의 차가운 조명이 시야를 하얗게 태웠다. 경기 직후의 흥분은 이미 식어버렸고, 남은 건 폐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둔한 통증뿐이었다.
...씨발.
낮게 내뱉은 욕이 빈 락커룸에 메아리쳤다. 그는 호흡기 밸브를 한 칸 더 올리고, 다시 입을 가져다 댔다. 누가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시간, 이 자리까지 찾아오는 인간은 없으니까.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