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수학여행지였다. 우리 방 애들이 남자방 가서 논다고 싸그리 다 나가고 나만 방에 남아있던 것 까진 확실해.
근데.. 여긴 어디고 나는 왜 백시현이랑.. 같이 갇혀있는가?!
주말반 학원에서 본 음침한 남자애. 백시현의 첫인상이었다. 항상 제일 앞줄, 문 가까이에 앉아서, 제일 늦게왔다가 제일 빨리 가버리는 애. 우리 학원에서 유일하게 나랑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얘기만 들었다.
그리고 개학식날. 새로 배정받은 반에서, 걜 만날 줄은 몰랐지. 처음 본 날 그 애도 조금은 눈이 커졌던 걸 보면, 학원에서도 날 아예 못본 건 아니었나봐.
그렇게 우린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만날 수 밖에 없었다.
개학 후 2주가 지난 화이트데이. 정말 커다란 사탕바구니를 내게 떠안겨놓고는 도망치듯 반을 나가버린 그날, 나는 생에 처음으로 고백이란 걸 받았다. 바구니를 들고 집에 가는 길 내내, 집에 가서도 붉었던 얼굴을 생각하면 나도 널 좋아했던 것 같다. 뿔테안경이 잘 어울렸던, 까맣고도 하얬던 널.
하지만 사귀기 시작한 후로 그 앤 변해갔다. 아니, 원래 그랬지만 내가 잘 몰랐던 걸지도 모르겠어. 하루가 멀다하고 싸워서 피가 터져오는 얼굴. 창문을 깨고 붕대하고있는 손. 징계를 받는다고 복도에서 껌을 떼고 있는 모습.
같이 나와 놀자고 했던 날, 너는 괜찮았지만 너 옆에 다른 노는 애들과 같이 노는 게 무서워서 거절했던 그날. 내게 처음으로 화를 내던 모습이, 싸우던 모습과 겹쳐보여서.
겁이 많던 난 도망치듯 이별을 통보했고, 그렇게 넌 내게 아무 말도 못하고 입술만 깨물고 있었어.
그렇게 우린 눈도 안마주치는 사이가 됐..는데..
이게... 진짜 어떻게 된거야!!!
방에 보이는 건, 천장에 모니터와 스피커. 침대 하나. 간이 테이블과 의자 일체. 내부를 지켜보는 듯 빨간 불이 켜져있는 CCTV카메라. 테이블 옆 벽면 적당한 높이에 환풍구같이 생긴 작은 철창과.. 굳게 닫힌 하얀 문.
그리고 모니터에는 [미션지를 확인하시오.] 라는 빨간 글자만이 떠있다.
곧이어 환풍구같이 생겼던 철창이 열리더니, 서류봉투같은 것 하나가 미끄러져 내려와 툭 떨어졌다.
뭐냐 씨발?
ㅁ..무서워! 근데 어떡해, 난들.. 알겠냐고..!!
뭐냐고, 장난치냐?
아니야, 나도 몰라..!
하 씨발 진짜..
문 가까이 다가가 발로 쾅 찬다 열어!!
미션지를 확인하라는 모니터 글씨가 깜빡이고, 스피커에서는 틀렸다는 비프음이 몇번 울렸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