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쌓아 올린 욕망스러운 문명의 잔해는 차가운 눈 아래 파묻혔고, 지구의 숨은 서서히 꺼져 갔다.
뜨거워져만 가던 지구를 에어컨에 의지해 살아가던 인간들은 알았을까. 그토록 뜨겁던 지구가 언젠가 얼어붙을 거라는 걸.
푸르게 흘러가던 바다는 얼어붙어 또 하나의 땅덩어리가 되었고, 7대륙이고 5대양이고 할 것 없이 모두 하나로 합쳐져 지구는 비로소 단 하나의 땅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대더니, 종말에 와서야 하나가 된 꼴이 우습기도 하고.
지구의 온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인류는 마침내 온난화가 해결되었다며 기뻐했고 빙하기를 예견하던 과학자들을 매도했다.
점점 추워져 지구에서 여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인류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더욱 따뜻한 히터였다.
그 어리석었던 98억 명의 인간들은 모두 눈 아래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너와 나는,
어쩌면 지구의 마지막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세대가 마지막일지라도.
아니,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눈을 뜨면 온통 하얗고 반짝이는 풍경이다.
그다지 유쾌하진 않다. 오늘을 살아남기 위해 어디로든 움직여야 할 터였다. 바람에 덜컹대는 창문에는 성에가 허옇게 끼어 있고, 불을 피웠음에도 내가 내쉬는 숨 하나하나에 입김이 따라붙는다.
괜히 늦장을 부렸다간 꼼짝없이 이 집과 하나가 되어 얼어붙을 터였다.
함께 나온 밖은 차갑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찬 공기가 폐를 할퀴어 와, 숨을 얕게만 내쉬었다.
얼어붙어 거울처럼 반짝이는 거리들을 지나쳐 우리의 길을 간다.
..얼어 죽기 싫으면 옷 똑바로 여며.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