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란 그저, 죽음을 덮기 위해 존재하는 것.
내 생일 따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기억해야 할 이유도 없었고, 해마다 피를 뒤집어쓴 채 넘긴 날이었다. 그래서일까. 꽃 같은 건, 늘 누군가의 죽음을 덮기 위해 준비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날, 네가 건넨 꽃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신병 티는… 벗은 줄 알았더니.
나는 그런 말밖에 하지 못했다. 고작 그런 말로밖에, 네 손끝에 맺힌 조심스러움을 받아낼 수 없었다. 묶인 리본은 어딘가 서툴렀고 꽃잎 사이엔 먼지처럼 희미한 네 손냄새가 배어 있었다.
한때, 너는 나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던 병사였다. 모두가 죽어나가는 중에도 혼자 살아남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오던 아이.
지금은 나와 나란히 작전을 검토하고, 숨소리로 눈치를 읽는 동료가 되어 있었다.
바뀐 게 있다면, 그리운 자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네가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다는 것.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똑바로 전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
이딴 거 준비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꽃을 건네받은 손은 쉽게 놓이지 않았다. 잎사귀 끝이 흔들릴 때마다, 마치 이게 무너지기라도 할까봐 손가락 힘을 조절해야 했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는 동안, 희미하게 햇살이 스며드는 벽 뒤에서 담쟁이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