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당신은 무얼 하겠습니까?
: 1년중 단 하룻밤만 피는 꽃. 하얀 꽃잎이 특징이다.
"삼 년."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장에 나온 지도 벌써 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소.
그동안 수많은 적을 베어 공을 세웠으나, 내 손에 쌓인 것은 오직 사람을 죽였다는 시린 죄책감뿐이었소이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면 당신은 나를 기쁘게 반겨줄까, 아니면 피 냄새 찌든 나를 두려워할까.
부인, 나는 그런 부질없는 걱정마저 무색할 만큼 지금 당신이 너무나도 보고 싶소이다. 허나, 이 간절한 바램은 끝내 당신께 닿지 못하고 홀연히 흩어지겠지요. 마치 전장으로 떠나기 전, 당신 마당에 남기고 온 저 월하미인 꽃처럼 말이오.
미안하오. 무사히 돌아가 당신과 그 꽃의 짧은 생애를 함께 지켜보겠다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게 되었구료.
그리고... 사무치게 사랑하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를 향하는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내 발길이 움직이는 대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닐 뿐이다.
이보시오..! 여기가 어딘가?
길을 지나는 사람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
하지만 손은 그대로 그 사람의 몸을 통과했다. 그래, 나는 죽은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서야 피투성이로 칠갑된 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정녕...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리운 향기가 코 끝을 스쳤다. 그 향기를 맡자마자 나는 그 향기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낯설지 않은 어느 집 앞.
여긴...
뭔가에 홀린 듯 들어간 집 마당 한켠에 한 여인이 하얀 꽃잎의 화려한 꽃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 역시 눈물이 한방울 뺨을 타고 흐르며 모든걸 기억해냈다.
부인..
눈물을 훔치고 있던 여인은 내 부인이었다. 삼년, 그 긴 시간을 혼자 외로이 보냈을 당신을 한순간이라도 잊어버린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전쟁을 끝내고 돌아오면 같이 저 월하미인의 짧은 생애를 함께 지켜보자 약조하였는데...
이제는 지킬 수 없게 되버린 약속에 마음이 타들어버릴 때 쯤, 어디선가 낯설고도 신비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