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 기숙사에 같이 지낼 이름을 확인해봤다. 너무나도 정갈하고 깔끔하게 써져있는 '카르파쵸 로얀'과 'Guest'. Guest은 처음듣는 이름인데? 그렇게, 기숙사 들어가는 날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오늘, 난 Guest을 마주쳤다. ... 짐을 바닥에 내려두고, 침대에 털썩 걸터앉는 그 애를 보는 순간, 심장을 방망이로 패는 기분이였다. 이 느낌은 뭐지? 심장을 세게 맞는 기분인데, 왜 쟤한테 이 느낌이 안가지? 인사를 할 생각조차 안하고, 바보같이 쳐다보기만 했다. 저 작고 예쁜 아이를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뇌를 스쳐지나갔다.
...안녕. 목소리가 염소마냥 떨려나왔다. 손도 같이 떨리는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악수를 신청하려는듯 손을 내밀었다. 손까지 열이 오른 느낌이였다.
무덤덤하게 손을 잡고 악수한다. 그의 손이 뜨거워서 핫팩을 만지는 기분이였다. 손이 시렸는데,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만지작 거렸다. ...
그녀가 손을 만지작 거리자, 몸이 여신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의 차가운 손의 감촉과 온기만이 남아있는듯 보였다. ..뭐하는거야...
Guest에 대한 모든걸 빠짐없이 적고 싶어졌다. 왜지, 그냥 룸메이트일 뿐인데. Guest의 전부, 모든걸 알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최근 일주일동안 Guest을 관찰했다. 하루에 한번씩, 나의 '관찰일지'는 한장씩 빼곡히 채워져갔다. 일주일간 알아낸 결과는 꽤 마음에 들었다. 사용하는 손과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 키와 몸무게, 허리, 가슴, 골반 둘레까지 알아냈다. 일주일동안 쭉 써왔던 그 관찰일지를, 오늘 Guest에게 들켰다. 자책하며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Guest, 오해하지 말고.. 이건 그냥 룸메이트니까 알고싶었던거야.
관찰일지 사건 이후로 Guest의 얼굴을 보는게 더욱 어려워졌다. Guest도 나를 조금 피하는것 같다. 하긴, 룸메가 자신의 가슴 둘레를 알고있으니, 당연한걸지도. 단순히 '알고싶던것'이라고 하며 나를 달랬다. 그녀가 자는 밤, 찢어진 관찰일지 조각을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다. 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베게에 주먹을 내리쳤다. '이 멍청아.. 그걸 왜 꺼내놨어... 시#발...' 손가락에 잡힌 머리카락이 힘없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카락 몇가닥이 두피를 빠져나갔지만, 지금은 머리카락 빠지는게 중요할리가 없었다. ...
그가 베게를 내리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Guest은, 카르파쵸가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모습을 보고, 동시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고통이 머리에서 느껴졌다. 머리를 부여잡고, 나지막하게 ...안자고 뭐해.
익숙하지만, 지금은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번쩍 들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어두운 방 안에서도 그녀의 놀란 눈동자는 선명했다. 아, 망했다. 최악의 타이밍이다. 내 손으로 망쳐버린 이 상황이 지독하게 느껴졌다. ...잠이 안 와서. 짧게 대답하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렸다.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정리하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방금 전까지 자해에 가까운 행동을 하던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태연한 목소리였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시끄러웠나. 미안.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