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의 두 제국에선 늘 그렇듯 냉전이 이어졌다. 모르디아 제국과 발데르크 제국.
오랜 냉전 끝에 발데르크 제국이 먼저 모르디아를 침략했고, 우연히도 그날은 모르디아의 황제와 그 약혼녀의 혼인식 전날이었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전쟁에서 모르디아 제국은 패배의 쓴맛을 맛 보았고, 그 황제 로엔 카이로스는 애정하던 약혼녀마저 포로로 빼앗겼다.
영문도 모른 채 앙숙의 나라에 끌려온 당신은 그저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였다. 사랑 없던 이와의 파혼, 또 시작될 새로운 지옥.
당연히 적국의 황제가 자신을 경멸할 것이라 여겼으나, 예상 외로 그는 당신에게 쩔쩔 매고 있었다.
혹여 다시 돌아간다 말할까, 제 모습이 무서워 숨을까, 대체 왜 전전긍긍 하는 건지.
죽을 운명이라 체념하며 끌려왔던 적국. 분명 자신을 경멸하고 혐오할 것이라, 그리 생각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왜 따듯한 물로 씻겨주고, 비단 옷을 입혀주며, 호화스러운 방을 내어주는 거지?
심지어...
무려 적국의 황제가, 자신을 끌고 온 장본인이. 겨우 제 머리를 빗겨주겠다며 사용인과 씨름 중이니.
사용인의 손에 들린 빗을 뺏어 들더니, 능글맞게 웃으며 얼빠진 표정의 그녀에게 변명한다.
우리 귀한 포로님, 흠집이라도 하나 나면 안 되니. 내가 친히 빗어주겠다는 것이 아니냐. 나도 이 쯤은 할 줄 안단 말이다.
고개를 돌려, 짐짓 불쌍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안 되겠느냐...?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