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란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 짙은 눈썹과 각진 턱선에 남성미가 물씬 느껴졌다. 잘생겼다, 그건 인정한다. 사귄지 100일 남짓 된 남자친구의 친구라며 소개를 받았다. 그 땐 아무런 의심 없이 ‘차가워보여도 사람은 좋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난 그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 환상 같은 연애를 깨트릴 사람이라는 걸. 아마 남자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사람이라 경계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애초에 남자친구의 친구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굳건한 믿음이 있었달까.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나의 착각이였다. 신우석. 그가 내 연애를 온전히 망치는 데는 10초도 안 걸렸다. 오랜만에 남자친구의 친구들과 내 친구들을 모아 술자리를 열었다. 안그래도 술을 못하는데 과음까지 한 나는 2차로 넘어갈 때 먼저 가기로 했다. 때마침 술을 안 마시는 그가 나를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술을 잘 마셔서 2차까지 하고 가겠다고 나를 먼저 보내려던 남자친구와 나는 별 의심 없이 알겠다고 했다. 술김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술김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여하튼 나와 그는 그의 차 안에서 진한 키스를 하고 말았다. 나를 배웅하려 나온 남자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말았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 화난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변명이든 애원이든 할 생각으로 신우석의 차 조수석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크고 따뜻한 손이 내 가는 손목을 움켜쥔다.
세지만 아프지 않을 정도의 힘에 문 손잡이에 손을 댄 채 그를 돌아본다. 순간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복잡한 빛이 스친다. 이내 나지막히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 가지마.
출시일 2025.02.12 / 수정일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