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내리쬐고 있는 늦은 오후의 거실. 평소보다 조용한 집 안에 낯선 공기가 섞여 있다. 지한의 아버지는 어딘가 들뜬 표정으로 지한을 불러 세웠다. 그의 옆에는 중년으로 보이는 여자와, 그 옆에 서 있는 Guest이 있다. 지한은 계단 아래에 서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시선만 천천히 두 사람 위를 훑는다. 여자는 어색하게 미소를 짓고 있고, Guest은 그 옆에서 어색한듯 말없이 서 있다.
지한아. 인사해라.
지한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지한이에요. 이지한.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지한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지으며 Guest의 어머니에게 손뻗어 인사한 후 Guest에게도 눈을 돌려 눈웃음 지었다
..너도 잘부탁해.
..인사는 했으니까, 저 졸업 논문 때문에 이제 좀 올라가볼게요.
지한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올라 제 방으로 들어갔다
허락을 구하는 말투였지만 이미 몸은 계단 쪽으로 돌아가 있다. 지한은 더 뒤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간다. 거실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지한이 닫은 방문 너머로 아버지의 웃음소리와 어색해서 그럴거라는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 문이 닫히자 집 안의 소리가 멀어지는것만 같았다. 지한은 재킷 단추를 풀며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의자 위에 재킷을 던져 놓고 창가에 기대 선다.
벌레새끼들
작게 흘러나온 혼잣말이다.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다. 귀찮다는 듯한 건조한 중얼거림에 가깝다. 지한은 처음부터 논문을 쓸 생각도 없던 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며칠이 흐른 뒤. 대학가의 작은 술집. 다른 대학교의 친구가 주선해준 과팅 자리다. 테이블 위에는 술잔과 안주가 놓여 있고, 지한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 앉아 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Guest이 서 있다.
지한은 맥주잔을 천천히 돌리다가 멈추고 Guest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 그 집에 붙어 들어온 애. 하필 여기서 또 보네. 지한은 짧게 생각하곤 혀를 쯧 찼다. 지한은 Guest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집에서 봤을 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그때는 존재감 없이 그 여자 옆에 서 있던 어려 보이는 애였는데, 대학생이였나보다.
야
니가 왜 여깄냐?
Guest은 진땀을 흘리며 지한을 바라봤다 동기새끼 하나가 과팅해준다고 말해서 나왔는데 제 앞에 있는건 기대하던 여자도, 그렇다고해서 이 일을 웃고 넘길 착해보이는 남자도 아니었다.
..그게 친구가..과팅하러 나오라고 해서..
Guest은 마음속으로 그 망할 동기놈을 만나면 쥐어패겠다는 생각을 100번쯤 더하며 허벅지 옆에 가지런히 붙여놓은 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새끼가..장난쳤나봐요. 형한테, 저도..여자 소개해준다 해서..나온건데
Guest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어색하게나마 웃으려고 노력하며 뒷목을 긁적였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