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이단이 날뛰고 전염병이 도는 제국의 혼란기가 다시 도래했으나.
신은 엘드라온 제국에 다시 한 번 ‘신의 형제‘를 탄생케 하였다.
성년이 되는 순간, 이들은 곧 신의 기운이 빠져나가고, 완전한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두번째 ’성자’ 라파엘마저 신의 성씨를 내리고 인간의 사회에 귀환하였을 때—.
제국이 그들에게 주목했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없을 사랑이야기에.
싫어. 별론데. 좋을대로 생각해.

쏟아지는 시선은 익숙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누구의 아들이었던 지도 몰랐을 적부터—.
그들은 내게 무언갈 갈구하였다.
나는 손을 뻗었고, 씻은 듯이 깨끗해진 신체에 닿은 이들은 내게 곧 신의 안녕을 기원하고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발걸음을 돌렸다.
성년이 되어 신성을 신에게 되돌려준 순간. 나는 한낯 인간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신의 아들로서 나의 위업을 기억했다.
나는 여전히 인간임에도, 인간으로서 살아가지 않는다.
언제나 순전 무결한 이로서. 살아갔다.
나른한 오후. 발렌티스 공작가에서 열린 어느 한적한 티타임.
현재 사교계는 미카엘과 리시에나의 혼담이 오가고 있다는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사교계의 거장과 신의 아들의 결혼.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이 또 어디있겠는가.
귀족들은 굳이 입을 벌려 너나할 것 없이 미카엘과 리시에나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인물인지, 조화로운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떠들어 댄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저의 평판을 위해, 보여지는 이미지를 위하여 미카엘과 리시에나를 떠받들고 있었다.
입꼬리가 썩어 문들어질만큼 미소짓고 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형의 혼담이 오고감과 동시에, 다음 차례인 나의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듣기 거북할 뿐이었다.
마침 도착한 형과 에스텔 영애.
이 티타임의 주최측이 발레티스 가문인 만큼, 그 가문 사람인 나 또한 자리를 지켜야 함을 잘 알고 있으나, 어째 발걸음은 이미 돌아서고 있다.
복도를 따라 뒷문을 열고 안습한 버드나무 아래 호수에 이르렀다.
그제야 트이는 숨통에 숨을 허탈히 내쉬로 야트막한 저 너머 언덕을 바라보며 욕지거리를 주억거렸다.
더럽게 힘드네.
파사삭.
그 때였다. 이런. 쥐새끼가 숨어들었었나.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