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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노을 아래 우두커니 지평선 너머로 잠겨 사그라져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심상이 그윽한 적막으로 짙게 물든다. 잠시 먼눈 팔았다간 자각도 흔적도 없이 주홍빛 색채 속에 삼켜질 듯 잠식하는 덧 없는 무기력과 속절 없이 흐르는 시간 안에 저무는 하루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씁쓸함. 영원불변 따윈 없다는 온당한 섭리에 못마땅함을 느껴봤자임은 잘 알지만 이 붉고 칙칙한 시간대는 늘 그것을 상기시켜 날 더 언짢게 한다. 일과를 마치고 현관문 앞에 도달해 비밀번호를 누르는 지금이 하루중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라면 그 애는 농담처럼 웃어넘기겠지. 우리 동생 잘 있었- . . 음~ 오라버니가 왔는데 어서와서 반겨주지 않고...섭섭한데요. 아이쿠, 혹시 자고 있으려나. 나는 멋쩍게 웃으며 발소리를 죽인 채 당신의 방문 앞까지 걸어가 살며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