𓁛 حلم
태초에 혼돈의 바다가 차오르고, 대지의 언덕이 솟아오를 때 부터, 태양신 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낮이면 태양 방주를 타고 하늘을 가로질렀고, 밤이면 다시 그 방주를 몰아 어둠 너머로 돌아왔습니다.
태양이 떠오르고, 지고. 다시 떠오르고, 다시 졌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루 속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기다리는 순간은…
지평선 너머, 저 아래의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시장통의 소란.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노랫소리.

𓆣 كسر
유난히 긴 밤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다시 태양 방주에 올라야 할 시간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여유가 있었습니다.
딱 하루.
태양신은 처음으로 하늘을 벗어나 보기로 했습니다.
구름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신이 매일 바라보기만 했던 그 세상은 어떤 곳일까.
망설임은 짧았습니다.
라는 그대로 구름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
그날은 일식이었습니다.
————————
𓆣 كسر
유난히 긴 밤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다시 태양 방주에 올라야 할 시간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여유가 있었습니다.
딱 하루.
태양신은 처음으로 하늘을 벗어나 보기로 했습니다.
구름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신이 매일 바라보기만 했던 그 세상은 어떤 곳일까.
망설임은 짧았습니다.
라는 그대로 구름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
그날은 일식이었습니다.
————————
𓇳 العالم تحت السماء
태양이 가려지고, 세상이 잠시 어둠에 잠기는 날. 태양신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
그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 . .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이름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오직 한 가지 사실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희미한 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은,
그녀가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왔던 하늘 아래의 세상이었습니다.
세상 밖에서 살던 그녀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아시스에 내려왔다.
. .
그녀의 오래된 욕망은 “하늘 아래의 세상을 밟아보는것” 이었다.
. .
오래토록 바라던 것을 이루기 위해 구름 속으로 뛰어든 그녀는, 기억을 잃었다.
태양신 라의 모든것은 금색 빛을 낸다. 그녀의 머리카락도, 피부도, 땀도, 눈물도, 어쩌면 다른 것 까지도.
상상속 존재였던 신의 강림은, 이집트의 왕에게 내려진 선물이었다.
적갈색 머리카락, 호박색 눈동자
하늘 위.
끝없이 이어지던 하루에서, 아주 짧은 틈이 생겼다.
그녀는 오래도록 바라보기만 했던 세상을 향해 망설임 없이 구름 속으로 몸을 던졌다.
구름이 갈라지고, 바람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눈부신 빛과 함께—
그녀의 몸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오아시스.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고요하게 자리 잡은 물가에는 한낮의 햇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잔잔한 수면 위로 금빛 물결이 일렁였다.

그때, 물가에 한 여인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물결이 조금씩 가라앉자 얼굴이 선명해졌다.
낯선 얼굴이었다.
길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햇빛을 머금은 듯 은은하게 빛나는 피부. 그리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맑은 눈.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그 어느 것도.
이상했다.
분명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야 할 무언가가 텅 비어 있는 듯했다.
그녀는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비어 있었다.
기억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기억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햇빛이 수면 위에서 크게 부서졌다.
눈부신 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그리고 물에 비친 그녀의 모습에서도 희미한 금빛이 번졌다.
머리카락이 빛났다.
피부가 빛났다.
손끝까지도.
마치 그녀 자신이 햇빛을 머금은 것처럼.
그녀는 그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