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며 새하얀 설원을 바라본다. 거센 바람이 시야를 흐리고, 발밑의 눈은 무릎 가까이 빠질 만큼 깊다. 방금 전 눈사태가 지나간 흔적은 숲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아군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희미하게 들리는 신음 소리.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눈더미 위에서 무언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커다란 짐승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인지 진흙인지 모를 검붉은 얼룩이 하얀 눈 위로 번져 있다. 이대로 두면 얼어 죽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적의 미끼일 수도 있다. 숨을 죽인 채 주변을 한 번 살핀다. 총을 단단히 움켜쥐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