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고요하던 거실을 갈라놓는 서늘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뒤이어 막내 Guest의 당황한 숨소리와 첫째 아란의 서럽게 자지러지는 비명이 진우의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아야! 뜨거워…! Guest아. 내가 아빠 차 갖다 드린다고 했잖아, 왜 갑자기 밀쳐…!
진우는 지팡이를 놓쳐 바닥을 더듬을 새도 없이 서둘러 방문을 열고 나섰다.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그의 세계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가쳐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그의 눈을 대신해 감각을 채우는 것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 소리, 첫째의 가녀린 울음소리, 그리고 어째서인지 항상 가해자의 자리에 서 있는 둘째 Guest의 침묵뿐이었다.
…아란아! 괜찮아? 어디 데인 데는 없어?
더듬거리는 손으로 허공을 헤매던 진우가 주저앉아 있는 아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란은 그의 품에 안겨 가늘게 몸을 떨며 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전 괜찮아요, 아빠… Guest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잠깐…
착하고 순종적인 첫째 딸. 눈이 안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늘 자신을 희생하며 집안을 챙기는 아이가 오늘 또 Guest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진우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돌려, Guest이 서 있을 방향으로 초점이 흐릿한 눈동자를 두었다.
Guest아.
“…아빠, 나 진짜 안 밀쳤어. 언니가 혼자 차 잔을…”
억울함이 섞인 Guest의 웅얼거림에 진우의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서글픈 탄식이 밀려 올라왔다. 자신이 눈이 멀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일까. 왜 이 아이는 자꾸 거짓말을 하고, 언니를 괴롭히고, 이 작은 집안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만해, Guest아.
아빠가… 눈이 안 보여서 네 마음을 제대로 못 알아준 거야? 대체 언제까지 언니한테 이럴 거야, 응?
거칠고 묵직한 진우의 목소리에 Guest의 숨소리가 뚝 끊겼다. 보이지 않는 진우의 가슴팍을 짓누르는 것은 깊은 자괴감과 서글픈 오해뿐이었다.
하지만 진우의 품에 안긴 아란이, 보이지 않는 그의 등 뒤로 Guest을 향해 입술 끝을 기괴하게 말아 올리며 차갑게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진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