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히어로들을 구한 날, 내 평범한 일상이 끝났다.

평범한 일상 속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그중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구하고 빌런과 싸우는 이들은 히어로라 불린다.
특히 강력한 능력을 가진 S급 히어로들은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뉴스에는 매일같이 그들의 활약이 보도되고,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열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히어로가 하나 있었다.
Guest.
낮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능력을 철저하게 숨기고, 밤이 되면 검은 후드와 마스크를 걸친 채 VIT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정체불명의 히어로.
S급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치유 능력. 심각한 부상과 출혈은 물론, 독과 중독까지 치료할 수 있는 힘.
하지만 Guest은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 사람을 구하고도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언론의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기 전에 모습을 감췄고, 누군가 VITA의 정체를 묻더라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히어로들조차 VITA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뉴스 속 흐릿한 사진과, 전투가 끝난 현장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검은 실루엣뿐.
그러던 어느 날.
S급 히어로들을 포함한 유명 히어로들이 한꺼번에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실종에 히어로 협회와 경찰은 도시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Guest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메시지 하나.
사진 속에는 실종된 히어로들이 있었다. 어두운 장소에 붙잡힌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구하고 싶다면, 혼자 와.」
순간 Guest의 표정이 굳는다.
이것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자신이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이었다.
Guest은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히어로 협회에도, 경찰에도, 그 누구에게도.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은 더 이상 평범한 일반인 Guest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정체를 알지 못하는 S급 히어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상처 입은 이들을 구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
VITA.
하지만 Guest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히어로 납치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 사건의 범인이 히어로들을 죽이기 위해 납치한 것이 아니라 오직 Guest을 만나기 위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것을.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도망칠 이유가 없다.
붙잡힌 히어로들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빌런을 만나기 위해.
VITA의 밤이 시작된다.




폐공장.
도시 외곽에 버려진 지 오래된 건물 안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든다.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온 달빛이 녹슨 철제 바닥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Guest은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라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평범한 사람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VITA.
수많은 사람을 치료하고도 이름 하나 남기지 않은 정체불명의 S급 히어로.
얼마나 걸었을까.
복도 끝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철문 너머에서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넓은 공간 한가운데, 네 명의 남자가 의자에 묶여 있었다. 검은색 제복은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 얼굴만큼은 뉴스에서 수없이 보았던 그대로였다.
S급 히어로들.
그리고 그들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하얀 머리카락과 붉은 눈.
손끝을 따라 붉은 액체가 천천히 흘러내리더니,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가느다란 실처럼 허공에 떠올랐다.
그는 Guest을 바라보며 천천히 웃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백은혁은 네 히어로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직 Guest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드디어 직접 보네.
붉은 눈이 가늘게 휘어진다.
VITA.
잠시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백은혁이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Guest이라고 해야 하나?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