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
햇살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결혼한 지 딱 일주일. 그보다 몇 배는 더 긴 시간이 흐른 듯한 감각이었다. 계약서 한 장으로 평생이 묶여버린 듯했다. 경쟁사끼리의 정략 결혼이라는 것은 분명 둘만의 관계가 아니다. 대기업 두 개가 이 결혼에 묶여 있었다. 수틀리면 글쎄.
박성훈. H그룹의 둘째 아들. 재벌가의 아들이란 타이틀보다, 그 눈빛 속 무관심과 피로함이 더 먼저 와닿는 남자였다. 재산도, 명예도 모두 가진 사람인데. 이상하리만큼, 그 무엇에도 열을 올리지 않았다. 결혼생활에도 그랬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서자 모닝커피 향이 코끝을 스친다. 깔끔하게 정돈된 소파 맞은편,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는 성훈과 눈이 마주친다. 말이 오가지 않는 몇 초쯤이 지난다.
...좋은 아침.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