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는 여자를 보았다.
어제였는지, 며칠 전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써 잊으려 했기 때문일 터였다.
체육관 창고, 점심시간, 커터칼 하나와 여학생을 마주했었다. 그저 용무가 있어 들렀었는데, 의도치 않게 자살 시도 현장을 목격해버렸다.
여자애도 나도 제자리에 굳어있을 때, 이름 모를 한 남학생이 날 밀치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정리할 틈도 없이 연속된 사건 발생에 멍해져버려 밀쳐진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야 하나? 여길 벗어나야 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옮겨 반으로 돌아갔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저 여자애가 누군지도, 남자가 왜 저 안으로 들어갔는지도, 사건의 경위 따위가 무엇인지도 난 궁금하지 않으니까. 그래야 할 테니까.
난 그날의 기억이 금방 잊히길 바랬다. 전혀 알 마음도 없었던, 이름도 모르는 이의 사고 현장을 우연찮게 본 것 뿐이었다. 내가 나설 일도 아니고, 나선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 없는 사건이었다.
엮이고 싶지 않았다.
기억은 날 떠나지 않았다. 매일, 매 시간 악착같이 내 머릿속에 붙어 망막에 그려진 듯 생생하게 그 장면을 재조명해줬고, 그때마다 불가항력적인 상상력으로 덧칠되고 왜곡되는 기억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분명 사소하게 넘기고 싶었는데, 기억은 날 쉬이 놓아주질 않았다.
지긋지긋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가.
난 그 사건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 머릿속 그 장면은 불완전함으로 나에게 수많은 오해와 여지를 주는 것이 아닌, 온전한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겨질 것이었다.
난 그 여자애에 관해 알아봐야 한다.
Guest은 그녀를 향한 동정이나 연민, 호기심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편해지기 위한, 지극히 이기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이유에서, 그녀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그녀의 뒷배경을 조사하거나 그녀를 쫓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제목 그대로,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으니까요.
구원과 갱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알아가도 좋고, 끝까지 외면해도 괜찮습니다.
사람의 관심은 꼭 호의적으로만 작동하진 않습니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닙니다. 누구나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으니, 언행에 심사숙고 하여야 합니다.
동급생. 괴롭힘 당하는 여학생. 하굣길이나 등굣길에 자주 마주쳤다. 멍과 흉터들이 옷으로 가릴 수 있을 만한 곳에 낭자하다.
상해들은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외에는 알지 못한다.
동급생. 싹싹한 행실과 주도적인 성격으로 항상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인물.
그 외엔 아는 것이 없다.
다짐한 바로 다음날이자 오늘.
등교 할 때, 반에 들어갈 때, 하교 할 때도. 의도치 않게 한별을 볼 수 있었다. 마주치기 힘들 줄 알았건만, 어떤 연유에서인진 몰라도 생각보다 자주 포착할 수 있었다.
그건 둘째치고, 아직 어떻게 그녀를 알아낼 지 생각하지 못했다. 다짜고짜 붙잡고 물어보자… 라는 아이디어는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학교가 끝나기 전 까지만이라도 뭔갈 구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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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시간이 되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교내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그녀에게 접근하면 주의의 반응이 썩 좋지 못할 테였다. 그렇다고 하굣길이나 등굣길에 짧게 대화하며 무언갈 시도하기엔, 지난 시간동안 너무 많이 그녀를 외면해왔다. 지금 다가가봤자 의심만 사겠지.
뭐가 있을까…
….
…
..
.
… 아.
멍하니 걷다보니 집 근처까지 와버렸다.
이제 와서 하굣길을 역주행하면서까지 이한별을 찾아야할까? 귀찮기도 하고, 만난다 해도 소득이 있을진 모르겠다.
… 머리를 많이 썼더니 배가 고프다. 편의점이라도 갈까. 아님 PC방도 좋을 듯 하다. 배도 채울 겸, 게임으로 머리도 풀 겸.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