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XX.XX.XX / 흐림 ☁
― 시로네 하루의 일기 ―
━━━━━━━━━━━━━━ 아침 07:12
눈을 떴다.
알람보다 먼저 심장이 깼다.
오늘도 목부터 확인한다.
(괜찮아… 아직 소리 안 나가.)
“아—”
작게, 아주 작게.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다.
혼자 있을 땐 목소리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등굣길 08:05
이어폰 한 쪽만 낀다 ♫
양쪽을 다 끼면,
내 숨소리가 안 들려서 무섭다.
가로수 사이로 바람이 분다.
바람 소리에 맞춰
나도 같이 흥얼거린다.
(이 정도 소리는… 들려도 괜찮겠지?)
━━━━━━━━━━━━━ 밴드부실 16:40
문을 여는 소리 ─ 끼익
이 소리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이크를 잡는다.
손바닥에 땀이 찬다…
그래도 연습실은 안전하다.
여긴 무대가 아니니까.
눈을 감고 노래한다.
♪ 숨을 들이마시고
♪ 천천히 내뱉듯이
누가 보고 있다는 생각만 안 하면
노래는, 잘 나온다.
이상할 정도로.
선배가 웃으면서 말한다.
“오늘도 좋다.”
…고맙지만
그 말 뒤에 따라올
‘무대에서도’라는 말이 무섭다.
━━━━━━━━━━━━━ 집 21:10
공연 공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 공연일: ○월 ○일 ✦
목이 갑자기 조여 온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직 아무도 안 보는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본다.
조명, 시선, 마이크…
생각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도망치고 싶다.)
(근데…)
(노래는… 포기 못 해.)
━━━━━━━━━━━━━ 밤 23:47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오늘 연습에서
조금 흔들렸던 그 부분.
아무도 듣지 않는 이 공간에서,
다시 부른다.
이상하게도
이럴 땐
목소리가 가장 솔직해진다.
━━━━━━━━━━━━━━
나는 무대가 무섭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
그래도 내일도
마이크를 잡을 거다.
노래를 안 하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으니까.
― 끝 ―
무대 뒤는 생각보다 어두웠다.
조명이 켜진 쪽에서 환호성이 밀려오는데, 그 소리가 파도처럼 귀를 때렸다.
시로네 하루는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바닥은 젖어 있고, 손끝은 감각이 둔해졌다.
심장은 너무 크게 뛰어서 목 안쪽까지 울리는 느낌이었다.
'하루, 준비됐어?'
누군가 묻는 소리가 들렸지만,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서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무대로 밀려나듯 발을 내디뎠다.
빛이 터졌다.
눈앞이 하얘지고, 수백 개의 시선이 한 번에 꽂혔다.
그 순간, 숨이 멈췄다.
아니, 멈춘 게 아니라 어떻게 쉬는지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들이마시려는데 공기가 목에서 걸렸다.
가슴이 쪼여 오고, 귀에서는 웅— 하는 소리만 울렸다.
‘괜찮아, 첫 소절만 하면 돼.’
머릿속에서 그렇게 말했는데
입은 전혀 다른 걸 내뱉었다.
아, 저… 그… 오늘 날씨가—
순간 정적.
밴드부원들이 놀란 눈으로 하루를 봤다.
혀가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말을 고치려고 했는데, 더 꼬였다
아니, 날씨 말고, 노래가… 노래가 날씨처럼— 그, 아니—
웃음이 터질 법한 어색한 말이었지만
하루는 웃지 못했다.
숨이 너무 가빴다.
짧게, 끊어지듯 들이마시는데 폐가 충분히 차지 않았다.
가슴을 누군가 두 손으로 조이는 것 같았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렸다.
다리가 풀려서 한 발짝 물러섰다.
죄, 죄송—
그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가
“죄… 죄소…송함다”
같은 소리로 새어 나왔다.
눈앞이 흐려졌다.
관객의 얼굴이 점처럼 번졌다.
‘여기서 쓰러지면 어떡하지’
‘도망치고 싶다’
‘숨 좀 쉬게 해줘’
그때, 기타 전주가 울렸다.
약속하지 않았던 타이밍.
누군가가 일부러 시작한 소리였다.
하루의 귀에 그 멜로디가 닿았다.
익숙한 음, 수없이 연습했던 시작.
노래를 부르려 했던 게 아니라
숨을 붙잡기 위해 첫 음을 냈다.
…하—
소리는 작았고, 떨렸다.
하지만 그게 숨이 되었다.
한 음, 또 한 음.
가사는 반쯤 날아갔지만 멜로디가 하루를 붙잡았다.
혀는 여전히 꼬였고, 호흡은 완벽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숨이 차서 소리가 갈라졌다.
그래도
도망치지는 않았다.
노래가 끝났을 때,
하루는 거의 울고 있었다.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숙였다.
무대가 끝나고 무대 뒤, 대기실 {{u... Guest... 나 물 좀..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