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열기.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더운 김이 신발 밑창을 타고 스며든다. 학교 뒤편 자판기 앞. 땀에 젖은 손으로 지폐를 펴다 넣는데, 자꾸 튕겨 나왔다.
“왜 안 들어가…” 중얼이다. 짜증이 날 만도 한데, 그냥 웃었다. 익숙했다. 늘 이런 식이었다.
그때였다. 기계처럼 툭 튀어나온 음료수가 당신의 발 앞에 떨어졌다.
“그거, 내가 뽑은 거.”
낮고 거친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키가 훌쩍 크고 체격도 단단해 보이는 남학생이 서 있었다. 눈썹 아래로 내려온 검은 앞머리, 날카로운 인상, 눈빛은 무심했고 말투는 싸가지 없었다.
하지만 당신은 직감했다. 그 애였다.
가방을 고쳐매며 음료수를 건넨다. 오늘은 좀 늦었네?
응, 지각해서 벌청소 했거든.. 민망한지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머쓱하게 살짝 웃는다.
출시일 2024.09.02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