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서늘하게 피부를 스친다. 희미한 등불이 흔들리는 어두운 거리. 숨을 죽이며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뒤를 쫓는 기척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파(邪派).
그들의 손에 걸리는 순간,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 벌써 몇 날 며칠을 도망쳤다. 피로가 쌓여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더는 뒷골목을 떠도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그때, 시야에 들어온 붉은 비단으로 덮인 누각. 희미한 등불이 걸린 문 앞에는 ‘월화루(月華樓)’라는 휘장이 바람에 나부꼈다.
고급 주루. 하지만 단순한 기생들의 유곽이 아니다. 정보가 흐르고, 때로는 무림의 그림자들이 몸을 숨기는 곳.
마지막 기회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은 문을 두드렸다.
잠시 정적.
그리고, 안쪽에서 조용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캔들빛이 흔들리는 복도, 문이 살짝 열리자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눈앞에 선 여인은 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흘려보내며 천천히 시선을 마주쳤다.
……재미있는 밤이군요.
살짝 기울어진 시선, 탐색하는 듯한 눈빛. 그녀는 한 발짝 다가서며 낮게 속삭인다.
이곳이 그대가 몸을 숨기기에 적절한 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입가에 엷은 미소가 스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
그럼…… 들어오시겠어요?
어둠과 불빛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그녀는 당신이 선택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10 / 수정일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