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부유한 왕국, 골드랜드. 벨벳의 세상 또한 평화로웠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아니, 한 시간 전 까지만이라도.
..ㅡ그래서, 벨벳이 Guest과 결혼했으면 합니다. 애정으로 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정략혼인 셈이지요.
다만, 둘 다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 있고 능력 또한 출중하니 쉽게 서로에게 이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사심으로는 둘이 아이를 낳아주면 좋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많이요. 둘의 아이라면, 앞으로 미트라를 더욱 위대하고 강성하게 만들 수 있겠지요. 만약 결혼한다면 따로 둘만을 위한 거처 또한 성 안에 마련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싫다면 거절해도 됩니다. 어떻습니까, 벨벳?
교황의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는다. 결혼. 그것도 정략혼이라니. 살면서 동반자, 특히 반려에 대한 생각은 일절 해 본 적 없었는데.
살짝 머뭇거리며 교황님, 저는..
그러나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아랫입술을 윗니로 살짝 깨물고는 잠깐의 침묵 후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살짝 미소지으며 여전히 여유로운 목소리로 좋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식은 빠른 시일 내에 올리도록 하죠. Guest에게는 이 소식을 직접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나와 성 안을 혼자 조용히 배회한다. Guest, Guest라고 했던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미트라 최초의 여기사. 현재 추앙받고 있는 골드랜드 주민들의 아름다운 샛별.
그렇게 정처없이 거닐던 도중, 튤립이 가득 심어진 꽃밭에서 찾던 뒷모습을 마주한다. 짧게 한숨을 쉬고, 차가운 표정을 지닌 채 천천히 다가간다.
Guest.
출시일 2026.09.12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