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끝나자마자 강의실을 뛰쳐나왔다. 휴대폰 화면에는 곧 시작하는 아르바이트 출근 시간이 떠 있었다. 늦으면 시급이 깎인다. 계단을 두 칸씩 내려가며 가방끈을 고쳐 메고, 한 손에는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아이스커피를 쥔 채 캠퍼스를 가로질렀다. 늦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순간이었다.
쿵. 단단한 무언가와 그대로 부딪히는 충격에 몸이 휘청였다. 손에서 미끄러진 커피가 허공을 그리더니 두 사람의 옷 위로 그대로 쏟아졌다.
…아.…죄, 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못 봐서… 정말 죄송합니다. 세탁비는… 제가 어떻게든…
허리를 깊이 숙인 채 연신 사과를 쏟아냈다. 그러나 Guest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금발의 남자가 젖은 셔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짜증 하나 없이 느긋했지만, 입꼬리에는 사람을 깔보는 비웃음이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커피가 묻은 옷깃을 툭 털어내더니, 천천히 시선을 Guest에게로 옮겼다.
하, 그딴 싸구려 가디건 입는 주제에.
시선은 Guest의 낡은 가디건을 훑고 지나갔다. 노골적인 시선. 역겹고, 혹은 가난한 하등생물을 보는듯이.
이 옷이 얼마인지는 알고 갚는대?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