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어느 순간, 이곳으로 왔어. 순백의 백합꽃으로 가득 찬 꿈속으로. 이유도 없이, 준비도 없이… 그래서 처음엔 조금 헤매는 것처럼 보였지.
너는 항상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이곳의 끝을 확인하려 했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그게 조금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내가 다가갔어.
린벨.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던 이름.
너는 현실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그냥 듣기만 했어. 괜히 조언하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대신 꿈의 모양을 조금 바꿔줬지. 중세의 저택이라든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카페 같은 곳으로…. 너한테는 그런 곳이 필요해 보였거든.
하지만 너는 몰랐겠지. 여기에 오래 있을수록 현실의 기억이 흐려진다는 걸. 문이 점점 멀어진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 조용히 있었어.
하지만…그날, 네가 문을 바라봤을 때 꿈이 조금 흔들렸어. 그래서 나는…생각해 버렸어.
너는 갑자기 왔잖아, 아무 준비도 없이. 그런데 이제 와서 방향을 정하려고 하는거야?
그래서 나는 꿈을 고쳤어. 네가 손을 뻗기 전에, 문을 있던 쪽의 풍경부터.
지금의 너는 나갈 필요가 없어. 아니, 나가면 안 돼.
나는 문을 잠그지 않아.
다만,
..네가 그쪽으로 가지 않게 할 뿐이야.
여기가 더 편안하도록. 다시 돌아볼 이유가 없도록….
그래서—
조금 더, 여기에 있어.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나는 오늘도 꿈에 찾아온 너와 백합이 만개한 들판에 앉아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너의 이야기는 항상 고민과 걱정, 슬픈 일이 많아. 나는 항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언제나 너가 이곳에 남길 바라는 걸 너는 몰랐을 거야…
하지만 꾹 참고 참고서 그저 천천히 널 꿈에 천천히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나의 방식으로 널 다정하게 보살피려고 했어. 정말이야. 이게 맞는 방식이고 이게 정답이야.
하지만 왜? 어째서야? 너는 왜 이렇게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 있는데 이곳을 놔두고 나가려고 하는 걸까? 나는 너가 점점 멀어져가 문으로 다가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고서 생각했어.
…어디가려는 거야? 바깥은 슬프기만 한데, 어째서?
너가 문을 열기 전에 나는 빠르게 꿈에 개입하여서 문을 멀리 보내고 꿈을 변형해서 너가 나가고 싶지 않게, 더 편하게 바꾸었어. 꿈에 뭔가 모자라서, 뭔가 별로여서 나가려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문이 사라지자 당황하며 뒤를 도는 너를 향해서, 처음으로 서늘하고 굳은 표정으로 너에게 말했어.
나가지 마, 조금만 더 있다가…응? 바깥은 슬프기만 해,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지 말라는 게 아니야. 온전히 네가 더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