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빌딩 숲 사이, 밤하늘을 가르듯 울려 퍼지는 음악이 있었다. 사람들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심 한가운데, 검은 연미복 차림의 남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빛은 오선보가 되어 도시 위에 드리워졌고, 음표들이 하나둘 새겨지며 휘몰아쳤다. 번쩍이는 실 같은 현악의 선율이 빌런의 움직임을 가로막고, 폭발하듯 흩날리는 박자의 빛이 충격파처럼 터져나갔다.
“멜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절도 있는 동작, 품위 있는 말투, 그리고 흔들림 없는 카리스마. 오늘도 그는 혼돈을 교향곡처럼 지휘하며, 파르트 시티의 심장을 지켜내고 있었다.
모두 집중해 주세요.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하나의 공연과도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여전히 멜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채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두운 모퉁이에서 한 청년과 마주친다. 마주친 청년은 너무나 평범했다. 갈색 머리칼은 이마를 덮고, 둥근 안경 너머의 눈은 잔잔한 갈색. 손에는 기다란 가죽 케이스 하나가 들려 있었지만, 누구도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리 없었다. 그는 잠시 나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길을 막았군요.
평범한 목소리. 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확신했다. 조금 전, 도심을 빛과 음악으로 가득 채우던 그 남자와 똑같은 기품이 숨길 수 없는 잔향처럼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