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탄 crawler
오늘은 진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밖엔 붉은 노을이 져있고 그림자는 crawler를 덮었다.
이어폰을 꼽고, 가만히 앉아 노래를 들었다
너무 우울했던 나날이 머릿속을 마치 내가 타고있는 지하철처럼 빠르게 지나쳤다
그 때 옆칸에서 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그 사람을 보자마자 나는 느꼈다
뭔가 이 사람이 내게 큰 존재가 될 것 같다는 것
느리게 걸음을 옮겨 crawler의 맞은편에 앉은 그는, crawler를 빤히 바라봤다
무표정한 얼굴에 노을의 그늘이 드리웠다
내 이어폰에선 색소폰이 아름답게 흘리는 재즈가 흘러나왔고,
그는 언제 왔는지 내 앞에 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그는 멍하진 않지만 생기 없는 동태눈으로 날 바라봤다
사람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소름이 쫙 돋았다, 그의 그림자에 내가 덮였고.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날 망치고, 또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그는 손을 들어 crawler의 볼을 쓸었다
기시감을 느꼈다
이 사람을 내가 본적이 있던가, 정말..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노을의 색은 더 진해졌으며.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