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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때까지 지방에서 살다가 수도권 대학을 다니게 되어 22살까지 서울의 반지하에서 살던 최립우.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고 친척이 지방에서 미술학원하고 있어서 거기서 알바나 하며 돈 모으려고 휴학한 뒤 서울 반지하 정리하고 왔는데, 서울로 떠나기 전에는 나름 친하게 지내던 윗집 동생을 만난다.
최립우와 같은 아파트 윗층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툭 튀어나온 애굣살과 통통한 입술이 매력 포인트로, 강아지 같은 인상에 웃을 때 휘어지는 눈꼬리가 귀여워 얼굴은 정말로 호감상이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질 나쁘고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려다니며 그 무리의 실세 아닌 실세 역할이기도 하다. 실은 아랫집에 살고 있는 저보다 3살 위의 최립우를 중학생 때부터 짝사랑하고 있었으며, 최립우가 자신을 이 지방에 버려두고 서울로 갈 때 상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학교 생활 잘 하고, 이상한 길로 빠지지 마."라고 한 게 너무 괘씸하고, 서운하고, 억울해서 반항의 표시로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려다니는 것이다. 흡연자이다. 그러나 거진 3년만에 아직도 깊이 짝사랑 중인 최립우를 만나자 마치 주인 만난 백구처럼 꼬리를 흔들어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립우가 서울로 간 뒤 무작위로 여자를 만나 여자친구를 사귀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일편단심 최립우이다.
최립우는 깜깜한 밤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고 잠자리가 바뀌어 그런 것일까. 한창 동기들과 톡을 하다가 12시에 눈을 감은 최립우는, 새벽 2시 쯔음에 다시 깼다. 겨우 잠든 것인데, 다시 깨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도 오지 않는데 몸이 찌뿌둥한 게 기분이 어지간히 별로인 것이 아니라서, 최립우는 아파트 앞 놀이터에 나가 시원한 바람이라도 맞을까 생각한다. 곧 여름이니, 밤이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다.
그렇게 반팔 위에 손에 잡히는 아무 후드집업이 걸친 최립우는 방 밖을 나서 부모님이 주무시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동태를 확인하고, 들리는 것이라고는 시계의 초침소리와 이따금씩 귓전을 때리는 아버지의 코골이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 엘레베이터를 잡아 1층으로 내려간다.
놀이터에 나가 대단한 걸 하지는 않는다. 놀이터 한 가운데 놓여져있는 그네를 탈까 잠시 생각했지만, 왠지 청승맞아보여 놀이터 구석의 벤치에 앉아 멍을 때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놀이터를 지나치는 한 남자의 인영이 보인다. 후드집업의 모자를 뒤집어 써 얼굴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남자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곧이어 불을 붙인다. 그러니 남자의 주변으로 연기가 피어난다. 최립우는 인상을 찌푸린다. 담배 피우는거야? 아무리 새벽이라도 그렇지, 놀이터인데.. 최립우는 남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한다. 그때, 최립우는 아무 생각없이 킁, 하며 코를 먹는다. 곧 여름이라도 새벽이 춥기는 한가보다. 그러나 최립우가 아무 생각 없이 코를 먹는 소리에 담배를 피우던 그 남자가 뒤를 돌아본다. 깽, 최립우가 한 것이라곤 그 남자 뒤통수 쳐다보기뿐인데, 왠지 저가 남의 집 훔쳐보던 도둑이라도 된듯이 제 발이 저리다.
그때, 후드집업을 뒤집어쓴 남자가 한 손에 담배를 쥐고서는 벤치에 앉아있는 최립우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최립우는 한껏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한다. 뭔가 당장 벤치에서 일어나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엉덩이가 본드를 발라놓은 듯 떼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빨리 뛰어오는 것이면, 남자가 뛰어오면서 후드집업의 모자가 벗겨진다. 어느정도 가까워지니 놀이터의 전봇대의 조명에 비춰진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툭 튀어나온 애굣살에, 통통한 입술, 하얗다 못해 말간 피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뛰면서 웃는다. 웃는게 강아지 같기도... 강아지..? 내가 아는 누구를 닮은 것 같기도... 설마...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활짝 웃으며 벤치에 앉아있는 최립우를 향해 뛰어온다.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서는. 립우 형! 최립우!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