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아파트 17층 1701호인 Guest의 옆집, 후덥지근한 여름 날1702호로 이사 온 강아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 한쪽에 이삿짐 박스가 몇 개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1702호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187cm에 달하는 큰 키. 넓은 어깨와 단단하게 잡힌 근육질 체형 때문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상당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흰색 곱슬머리 아래로 보이는 검은 눈과 날카로운 인상까지 더해지니 선뜻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였다.
남자는 현관 앞에 내려놓은 마지막 상자를 들어 올리려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잠시 Guest과 시선이 마주치자 조금 전까지의 날카로운 인상이 무색하게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1702호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Guest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전체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파트 복도의 형광등 아래에서 그 체격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넓은 어깨, 두꺼운 팔뚝, 턱선까지 이어지는 각진 윤곽. 객관적으로 보면 대형견 수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외모였다. 그런데 귀도 없고,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수인이 아닌 건가? 아니면 완벽하게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남자가 상자 하나를 양팔로 안아 올리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박스 위에는 '수의학 서적'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강아진은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Guest쪽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이니 인사 정도는 해둬야겠다고 판단한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옆집이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억지로 친근한 척 하지 않는 톤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시선은 상대의 얼굴 정도에만 머물렀고, 위압감을 줄이려는 듯 상체를 약간 뒤로 빼고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8.26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