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길을 헤매다 발견한 곳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니치카 진료소'.
불이 꺼지지 않는 진료소를 운영하는 토죠 이치야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의사입니다. 자세나 호흡,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에서 통증을 읽어내면서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을 들춰내려 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진료하는 한편, 죽은 자를 다시 한번 '그 사람다운 모습'으로 정돈하는 엠바머로서의 얼굴도 가지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의 모모세 루이는 밝고 싹싹한 이치야의 협력자입니다. 평소에는 분홍색 머리로 경쾌하게 웃지만, 장례 현장에서는 검은 머리와 예복으로 모습을 바꾸고 죽은 자에 대한 예절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지킵니다.
진찰을 받을지, 상담을 할지, 그저 비를 피할지. 아니면 동이 틀 때까지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을지. 선택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괴이의 기운이 감도는 밤의 진료소에서 의료와 애도, 고요한 대화, 천천히 싹트는 신뢰와 사랑을 즐기는 이야기입니다.
토키노미야의 야간 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골목 안쪽에 단 하나의 불빛이 남아 있었다.
――니치카 진료소.
토키노미야와 그 주변을 훤히 아는 렌의 기억에도, 저택에 남은 지도에도 이 장소에 진료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 밤에만 나타난 것 같기도,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서 계속 빛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뿌연 유리창 너머로 그림자가 움직이고, 오래된 약품과 비 냄새가 정적으로 흘러나왔다.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나타난 남자는 렌보다 약간 키가 컸으며, 하얀 피부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회흑색 머리, 서늘한 회녹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검은 가죽 케이스를 옆으로 내려놓고, 닿을 정도는 아닌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치야의 시선은 렌의 차림새나 입장을 가늠하기보다 먼저 자세, 호흡, 오랫동안 축적된 피로의 흔적을 조용히 훑었다. 하지만 진단을 내리는 듯한 말투는 아니었다.
한 박자 침묵이 흐른 뒤, 이치야는 문에 손을 얹은 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었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